전 계열사 업무명 등 적용 추진

LG가 ‘인공지능 전환(AX)’을 전면에 내세우며 대대적인 혁신에 나섰다. ‘디지털 전환(DX)’이란 용어 자체를 버리고, 그룹 내 전 계열사 차원에서 AX를 새로운 그룹 전략으로 공식화했다. 업무 체계부터 용어, 조직, 문화까지 전면적인 전환에 나선 것은 주요 그룹 중 LG가 최초다. 구광모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전사적 ‘AI 중심 경영체제’ 구축이 본궤도에 올랐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10일 본지 취재 결과 권봉석 LG 최고운영책임자(COO) 부회장은 최근 계열사 임원급 회의에서 “그룹 내부에서 사용하는 DX라는 용어를 모두 AX로 바꿔라”라는 지시를 내렸다. 삼성, SK 등 주요 국내 대기업들도 최근 AI를 강조하고 있지만, 그룹 전체가 대대적으로 용어 재정립부터 조직·문화까지 디지털 전략을 AX로 전환하는 사례는 LG가 처음이다. 디지털을 넘어 AI가 중심이 되는 ‘사업 자체의 AI 화’로 탈바꿈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이에 따라 LG전자를 비롯해 LG화학,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에너지솔루션, LG유플러스 등 주요 계열사들은 업무명부터 조직명, 행사명까지 AX 기반으로 전환 작업에 착수한 상황이다. 예를 들어 매년 그룹의 DX 과제 성과를 전시하고, 사례를 공유하는 행사인 ‘DX 페어’의 경우 ‘AX 페어(미정)’로 바꾸는 식이다. 조직명의 경우 여전히 최고 디지털책임자(CDO)부문 조직이 있는 계열사가 존재하는 만큼 일단 유지하고, 향후 조직 개편 시 단계적으로 반영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LG가 추진하는 AX 전략은 단순한 디지털화를 넘어 AI가 분석과 의사결정까지 지원하는 업무 재설계를 목표로 한다. AI를 단순 도구가 아니라 업무의 두뇌이자 엔진으로 활용해 실질적 성과를 이끌겠다는 전략이다.
기존의 DX가 ‘시스템화’에 머물렀다면 AX는 AI가 업무 데이터를 분석하고, 업무 자동화는 물론 인간의 판단을 ‘보조하거나 대체’하는 단계까지를 포함한다. LG는 이를 통해 생산성 혁신과 조직문화 재정의, 궁극적으로는 미래 먹거리 중심으로 그룹 체질을 바꾸는 ‘체계적 전환’을 구현하겠다는 복안이다.
AX 대전환 구상은 구 회장의 ‘AI 중심 경영 철학’이 정점에 이르렀다는 상징적 선언이라는 평가다. 실제로 구 회장은 취임 이후 AI를 포함해 Bio(바이오), Clean tech(클린 테크) 등을 이른바 ‘ABC’ 사업으로 명명하고, 미래 성장 동력으로 빠르게 육성하고 있다.
그는 3월에 열린 올해 첫 계열사 사장단 회의에서 “변화는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다. 골든 타임은 얼마 남지 않았다”며 “모든 사업을 다 잘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선택과 집중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LG가 향후 ABC 사업에 더욱 매진할 것으로 관측되는 대목이다. LG는 해당 사업들에 지난해부터 2028년까지 5년간 약 50조 원 이상을 집중적으로 투자하기로 했다.
이같은 전략의 구심점은 2020년 출범한 그룹의 싱크탱크인 ‘LG AI연구원’이다. LG는 이곳을 통해 대규모 언어모델(LLM)인 ‘엑사원(EXAONE)’의 성능을 업그레이드하고 있으며 지난 3월에는 국내 최초 추론형 생성형 AI ‘엑사원 딥(Deep)’도 공개했다. 9월에는 국내 최초로 정식 석·박사 학위가 인정되는 사내 대학원인 ‘LG AI대학원’도 개교할 예정이다. 자체적으로 현장에 즉각 투입할 수 있는 ‘실전형 AI 전문가’를 키우기 위한 투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