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R&D 인력 '주 52시간 근무제' 예외도
트럼프 압박 속 '직접 보조금' 지급도 고려해야

이재명 대통령이 제시한 첨단전략산업 집중 육성에 대해 산업 현장에선 부지 조성, 인허가, 전력·용수 공급 단계에서의 각종 규제 타파가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8일 산업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첨단전략산업 육성을 위해 민간과 정부가 공동 출자하는 국부펀드 조성 및 대규모 AI 데이터 클러스터 구축 등을 공약했다. 특히 GPU 5만 개 확보, AI 전용 신경망처리장치(NPU) 개발 등 기술 투자와 인프라 확충을 통해 국내 AI 기업과 연구기관, 스타트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러한 목표를 실현하려면 인허가와 관련된 규제 혁신이 병행돼야 한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실제로 경기 용인시에 조성 중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지역 민원과 환경영향평가, 토지 보상 지연 등으로 인해 당초 계획보다 3년이나 늦어진 올해 2월에서야 착공에 들어갔다. 이는 일본 TSMC의 구마모토 공장이 계획부터 완공까지 2년 4개월 만에 마무리된 것과 대비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산업 클러스터 조성이 계획 발표에만 그치는 경우가 많다”며 “제대로 된 생태계를 구축하려면 입지 규제나 전력 인프라 문제를 함께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AI 데이터센터를 ‘국가전략기술 사업화시설’로 지정하고, 전력 공급·입지 요건·인허가 절차 간소화 등 전방위 지원 방안을 마련 중이다.
연구개발(R&D) 인력에 대한 주 52시간제 적용 문제도 해결 과제로 떠올랐다. 업계는 유연 근무제 도입을 통해 AI·반도체 연구개발자들에게 보다 자유로운 연구 환경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계는 건강권과 근로기준 침해 우려를 이유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아울러 반도체 기업에 대한 정부의 직접 보조금 지원도 정책 과제로 거론된다.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이 자국 반도체 산업에 대규모 보조금을 투입하고 있는 것과 달리, 한국은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대응을 보여왔다. 특히 최근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자국 내 반도체 기업에 대한 보조금 축소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글로벌 경쟁 심화에 대비한 한국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재정 지원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 중국 등은 이미 정책 수단을 총동원해 반도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데 한국은 여전히 실질적인 재정 지원이 부족하다”며 “보조금 등 기업 체감도가 높은 정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