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류 없이 동작하는 양자 기술 개발엔 거리 측정 필요
양자 기술 기초 도구로 활용 가능…Science‘紙 게재
“고체물리학 미개척 분야 퍼스트무버 연구 나설 것”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연구 브리핑을 열고 연세대학교 김근수 교수 연구팀과 서울대학교 양범정 교수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고체 물질 속 전자의 양자거리 측정에 성공했다고 6일 밝혔다.
양자거리란 미시세계 입자 간의 양자역학적 유사성, 즉 ‘얼마나 닮았는가?’를 수치로 나타내는 물리량이다. 두 입자가 완전히 똑같은 양자 상태일 때 최솟값 0, 완전히 다르면 최댓값 1이 되는데 양자 컴퓨팅과 양자 센싱 분야에서 양자 연산의 정확도 평가와 상태변화 추적을 위해 필수적인 정보로 여겨진다.
또한 최근 고체 물질 속 전자의 양자거리는 물질의 기본 성질을 표현하는 것을 넘어 초전도와 같은 난해한 물리 현상들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이에 전 세계적으로 이를 정확히 측정하려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고체 속 전자의 양자거리를 간접적으로 측정한 사례만 보고되었을 뿐 직접적으로 측정하는 방법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기존 한계를 극복하고 고체 속 전자의 양자 거리를 직접적이고 완전하게 측정한 이번 연구 성과는 양 교수의 이론그룹과 김 교수의 실험그룹이 각각 5~10년 동안 꾸준히 발전시켜 온 전문성을 토대로 이론그룹과 실험그룹의 긴밀한 협력 연구 끝에 창출해 낸 결과로 의미가 더욱 크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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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 연구팀은 구조가 비교적 단순한 물질인 흑린에 주목하고 연구를 고도화시켜나갔다. 이론그룹인 양 교수 연구팀은 흑린의 단순한 조성과 대칭 구조로 인해 전자의 양자거리가 위상차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위상차란 파장이 동일한 두 파동의 최댓값 사이의 위치 간격을 말한다.
이후 실험그룹인 김 교수 연구팀은 각분해광전자분광 실험에서 편광된 빛을 이용하면 전자 간 위상차에 따라 검출 신호의 세기가 달라진다는 점에 착안해 흑린 속 전자의 위상차를 정밀하게 측정하고 이를 통해 양자거리를 정밀하게 추출하는 데 성공했다.
두 교수는 “건축물을 안전하게 세우기 위해 정확한 거리 측정이 필수인 것처럼, 오류 없이 정확하게 동작하는 양자 기술 개발에도 정확한 양자거리 측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이번 연구성과는 양자 컴퓨팅, 양자 센싱과 같은 다양한 양자 기술 전반에 기초 도구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의 의의를 설명했다.
김 교수는 “(양자거리 등은) 고체물리학에 상당히 미개척으로 남아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앞으로 이렇게 많이 개척되지 않은 분야에 일종의 퍼스트무버 연구에 도전해 나가는 것이 우리나라 물리학 연구에 굉장히 필요한 부분이 아닌가 싶다”며 “이러한 방향으로 계속 노력해 보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과기정통부 기초연구사업(리더연구, 선도연구센터)의 지원으로 수행한 이번 연구 성과는 세계 최고 권위의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6일(현지시간 5일 14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