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쟁 대신 맡은 역할 잘 하는 지도자 필요”

제21대 대통령 선거일인 3일 전국 각 투표소에서 일제히 본투표가 시작됐다.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으로 찬성·반대 시위가 이어졌던 헌법재판소 근처 투표소에도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이날 오전 9시30분쯤 서울 종로구 종로1·2·3·4가동 제2투표소가 마련된 주민센터에서 만난 유권자들은 국민으로서의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 투표하러 왔다고 입을 모았다.
마스크, 슬리퍼 등 편안한 차림으로 투표소를 찾은 백승우(37) 씨는 “국민으로서 투표는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 한 표를 행사했다”며 “정치에 대해 잘 모르지만, 새 대통령이 나라를 잘 이끌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출근 복장으로 투표소를 찾은 여성 전모(59) 씨는 “지금 나라가 많이 어려운데 국민들을 잘 살 수 있게 해줄 사람이 뽑혔으면 좋겠다”며 “경제적으로 많이 어렵다”고 말했다. 전 씨는 이날도 출근할 예정이라고 했다.
지팡이를 짚은 80대 유권자들도 많이 보였다. 제인향(80) 씨는 “80대가 되기까지 투표를 여러차례 해왔는데, 매번 정치인들이 자기 이익만 찾는 것 같아서 실망스러웠다”며 “그럼에도 국민이니까 투표하러 왔다. 각자 자리에서 맡은 역할을 잘 해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부, 혹은 아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유권자 모습도 여럿 보였다. 남편과 함께 흰 반팔티를 맞춰 입고 나온 김모(30) 씨는 “무엇보다 청렴한 사람이 뽑혔으면 좋겠다”고 했다. 30개월 아들을 유모차에 태우고 아내와 함께 투표소를 찾은 임진호(42) 씨는 “자꾸 정쟁하지 말고 국민을 생각했으면 좋겠다”며 “경제도 안 좋은데 나라를 위하는 마음으로 일하는 분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본인의 정치색을 선명히 드러내는 유권자들도 있었다. 김군겸(64) 씨는 “전라도 출신이라 지역 영향을 무시할 순 없다. 무조건 1번”이라며 “경제적으로 힘든 이들이 너무 많은데 여유롭게 살 수 있는 사회를 좀 만들어줬으면 한다”고 했다. 그물 모양 조끼를 입고 투표소를 찾은 손모(61) 씨는 “솔직히 2번이 됐으면 좋겠다”며 “해당 정당의 사상이 민주적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종로1·2·3·4가동 투표소가 두 곳으로 나뉜 탓에 투표소를 잘못 찾은 이들도 꽤 눈에 보였다. 한 시민은 사무원을 붙잡고 “인근 제1투표소가 있는 교동초까지 언제 다시 가느냐”며 볼멘소리를 하기도 했다. 본투표는 사전투표와 달리 유권자의 주민등록지에 따라 지정된 투표소에서만 투표가 가능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오전 11시 기준 전국 투표율은 18.3%로 잠정 집계됐다. 2022년 20대 대선의 같은 시간대 투표율(16.0%)보다 2.3%포인트(p) 높은 수치다. 이날 오전 11시 기준 시도별로 투표율이 가장 높은 곳은 대구(23.1%), 경북(21.4%), 충남(19.8%), 대전·경남(19.4%) 등이다. 투표율이 가장 낮은 곳은 전남(12.5%), 광주(13.0%), 전북(13.2%) 등 순이다.
제21대 대통령선거 본투표는 이날 오전 6시부터 전국 1만4295개 투표소에서 일제히 시작돼 오후 8시까지 진행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대선 선거인 수는 4439만1871명으로, 이 중 1542만3607명(34.74%)은 지난달 29~30일 사전투표에 참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