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제조업 수출이 속절없이 추락하고 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5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이 전년 대비 1.3% 감소해 1월 이후 4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전체 수출 규모도 줄어들었다. 수출 1~2위 국가인 미국과 중국 모두 감소세를 보인 탓이다. 주력 수출 상품 중 반도체 수출액은 5월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자동차 수출은 30% 이상 급감한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4월에 이어 뒷걸음쳤다.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는 문제도 있다. 산업연구원이 지난달 27일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13대 주력 산업 가운데 자동차(-8.0%), 일반기계(-7.2%), 정유(-19.3%), 철강(-2.1%) 등 9개 산업의 수출이 전년 대비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조선(10.2%), 정보통신기기(5.4%), 반도체(5.8%), 바이오헬스(11.0%) 등 4개 산업만이 증가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전통 제조업 전반이 되살아나지 않으면 플러스 성장세는 기대난이다.
한국은 수출 강국, 무역 강국이다. 하지만 내수 기반이 무너져 수출만 바라보는 시스템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장점이 될 수도 없다. 지난해 우리나라 성장률 2.0% 중 ‘순수출(수출-수입)’ 기여도는 1.9%포인트로 성장동력의 약 95%를 차지했다. 수출이 무너지면 성장률도 무너지는 허약한 구조다. 앞서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대로 낮춰잡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1분기 역성장 충격파가 올해 내내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다. 반도체를 제외하면 주력 산업 대부분이 중국에 밀리는 상황에서 수출만 앞세워 어디로 진격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1∼4월 평균 소매판매액 불변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2% 감소했다. 지난해 대비 승용차(11.7%) 등 내구재는 3.5% 늘었지만, 의류 등 준내구재(-4.7%)와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0.4%)는 감소했다. 1∼4월 소매 판매는 2022년 2.1% 늘었다가 2023년(-1.4%) ‘마이너스’로 전환해, 지난해(-2.0%)에 이어 올해 3년 연속 줄었다. 상품 소비가 3년째 부진한 것이다. 수출 엔진이 식으면서 ‘내수 불황’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얘기다. 이대로 가면 국가 경제가 ‘중환자실 직행 위기’를 맞게 된다.
3일 대선이 마무리되면 새 정부가 4일 들어선다. 정치 불확실성의 먹구름은 걷히는 셈이다. 그러나 누가 대권을 잡든 즉각 ‘경제 살리기’라는 중차대한 과제를 맡아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시진핑의 중국과 담판도 해야 한다. 내수 침체를 어찌 다뤄야 하느냐 하는 발등의 불도 있다. 환란 이후 최악의 위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낙관이 쉽지 않다.
새 정부 책무가 막중하다. 산업구조 재편, 노동 개혁, 세제 개편, 규제 혁파 등 쉬운 일은 하나도 없다. 국민 모두의 헌신과 고통 분담 없이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거듭 명심할 일이다. 하물며 새 집권세력이 입에 발린 ‘당의정’ 공약이나 내세우면 될 일도 안 된다. 이번 대선은 한국 경제가 쇠퇴하느냐, 도약하느냐의 분기점이다. 유권자 선택이 결국 국가 명운을 가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