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3대선을 닷새 앞두고 보수진영의 단일화 불씨가 꺼지면서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와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각자도생'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김 후보가 노린 심야회동마저 무산되면서 국민의힘에선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를 찍는 표는 '사표(死票)'가 된다는 '이준석 사표론'에 힘을 싣는 기류가 읽힌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9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준석 개혁신당 대통령 후보와의 단일화는 결국 무산됐다"며 "완주를 선택한 이 후보의 뜻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권 원내대표는 "김 후보가 만든 동탄 신도시, 동탄이 만든 이준석 후보가 아닌가"라며 "기호 2번 김문수를 대통령으로 만드는 게 이준석 후보의 미래를 만드는 길이다. 지금은 김문수, 미래는 이준석"이라고 말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종합상황실장 역시 단일화 문제에 대해 "오늘부터 후보에 집중하는 선거를 하겠다. 단일화 등 후보의 정책이나 경쟁력과 무관한 내용들이 이슈가 되면서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비교가 되지 않는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김 후보가 묻혀서는 안된다"며 "단일화의 가능성은 열려있지만 단일화에 계속 저희들이 목매달면서 모든 이슈가 거기에 빨려들어가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잘라말했다.
정치권에 따르면 김 후보는 전날 늦은 밤 이 후보가 국회 의원회관에 있다는 말을 듣고 단일화를 제안하기 위해 국회 의원회관을 찾아갔다고 한다. 그러나 두 후보가 서로 엇갈리면서 회동은 불발됐고, 전화연결조차 되지 않았다. 결국 보수진영은 단일화 물밑 협상조차 하지 못한 채 사전투표일을 맞이했다. 범보수 단일화의 데드라인은 사전투표 시작일(29일) 전인 28일이었다.
국민의힘은 그간 이준석 후보를 '반명 빅텐트'의 핵심으로 보고 매일 같이 구애 전략을 펼쳤지만 이 후보는 틈도 내주지 않았다. 오히려 단일화 압박을 협박으로 규정하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국민의힘에선 최근 며칠 간 미묘한 기류 변화가 감지돼 왔다. 단일화에 대해 마지막까지 끈을 놓지 않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불발 가능성을 의식한 듯 "3자 대결 구도에서 승리하겠다"(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는 말이 함께 나왔다. 이에 정치권에선 국민의힘이 보수층을 결집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이어졌다.
특히 이 후보보다는 국민의힘 후보를 찍어야 이재명 후보를 막을 수 있다는 여론을 자극하는, 이른바 '이준석 사표론'에 무게가 실릴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김 후보의 캠프에서 '준찍명(이준석 찍으면 이재명이 된다) 캠페인'으로 집토끼(지지층)를 결집할 것이란 얘기도 흘러나온다. 권 원내대표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지금은 김문수, 미래는 이준석'이라고 강조한 점도 사실상 이같은 속내를 담고 있을 것이란 해석에 힘이 실린다.
다만 단일화 당사자인 김 후보는 단일화 끈을 놓지 않는 모양새다. 김 후보는 이날도 인천 계양에서 사전투표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마지막까지 계속 노력하겠다. 전체적으로 하나로 뭉치기 위해 계속 노력하는 중"이라며 본투표까지 구애 전략을 이어갈 것임을 시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