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5곳·주정부 12곳 등 정부 제소
美행정부 항소 “판사 결정 몫 아냐”
백악관 “통제 불능의 사법쿠데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 각국을 상대로 부과한 상호관세와 관련해 연방법원이 “위법명령인 만큼 무효”라고 결정했다. 대법원까지 법정 다툼의 여지가 남아있지만, 취임 후 극단적으로 추진해온 트럼프 대통령의 급진적인 관세 정책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28일(현지시간) AP통신과 CNBC방송에 따르면 미국 연방국제통상법원 재판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를 막아달라’는 소송에서 “행정부의 상호관세 부과는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행정명령인 만큼 무효”라고 판결했다. 연방국제통상법원은 관세와 통상분쟁과 관련해 미국에서 전국적인 관할권을 갖는다.
앞서 5개 미국 기업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결정 권한을 가진 연방의회를 거치지 않고 위법하게 관세 정책을 펼쳤다”며 지난달 소송을 제기했다. 여기에 캘리포니아와 오리건 등 주(州) 정부 12곳도 같은 내용으로 연방국제통상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
재판부는 이날 결정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의 법적 근거로 삼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이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의 상품에 무제한적인 관세를 부과할 권한을 대통령에게 위임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이에 따라 이의 제기된 관세들을 무효로 한다”고 밝혔다. 이에 한국을 포함한 주요 무역파트너와 현재 진행하고 있는 관세 협상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977년 제정된 국제비상경제권한법을 포괄적인 관세 부과의 근거로 활용한 대통령은 트럼프가 처음이었다. 이에 부과 직후부터 적법성 논란이 제기돼왔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현재 미국의 무역적자가 법률상 이례적이고 특별한 위협의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미국의 무역적자는 지난 수십 년간 지속해온 만성적인 문제”라고 판단했다. 행정부가 주장한 비상사태를 인정하지 않은 셈이다.
재판부는 관세 명령 무효 결정을 내리면서 “해당 관세의 시행도 금지해야 한다”며 “정부는 10일 이내에 법원의 결정을 반영한 새 행정명령을 발표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백악관은 이번 판결에 거세게 반발했다.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은 소셜미디어에 “이는 통제 불능의 사법 쿠데타”라는 글을 올렸다. 쿠시 데사이 백악관 부대변인은 “선출직이 아닌 판사들은 국가비상사태에 적절히 대처하는 방법을 결정할 권한이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부의 모든 권한을 행사해 이 위기를 극복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법원의 결정 직후 정부 측 변호인단도 즉각 항소했다. 변호인단은 법원에 제출한 문서에서 “IEEPA에 따르면 의회는 대통령에게 특정 상황에서 관세 부과를 통해 수입을 규제할 권한을 합법적으로 위임했다”고 주장했다.
법원이 제동을 걸었으나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적인 보호무역주의는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관측된다. 2심 재판은 특별법원인 연방항소법원에서 이뤄지며 항소법원에서 어떤 판결이 내려지더라도 양쪽 모두 승복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최종 판단은 연방대법원에서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