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들, 정책 비판 의식 언급 꺼려
이젠 구체적 청사진 내놔야 할 때

21대 대통령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유력 주자들의 부동산 공약은 여전히 실종 상태에 가깝다. 지금까지만 놓고 보면 이재명, 김문수, 이준석 등 주요 대선후보들은 부동산 분야에서는 공통적으로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불과 3년 전, 정권 교체의 분수령이 됐던 이슈가 다름 아닌 부동산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문재인 정부의 임기 후반, 급등한 집값과 불안정한 세제 정책, 공급 부족에 대한 불만이 누적되며 정권 피로감을 증폭시켰고, 윤석열 정부로의 정권 교체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번 대선 레이스에서 부동산 이슈는 후보들의 입에서조차 쉽게 나오지 않는다.
이유는 명확하다. 부동산 문제는 다루기 어렵고, 논란의 여지도 크며, 실현 가능성을 두고도 비판을 받기 쉽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시장이 강남3구 등 특정 지역을 제외하면 잠잠한 ‘횡보’ 상태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후보들이 몸을 사리는 배경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침묵이 결국 ‘무책임’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국민들의 삶에 가장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주거다. 집은 단순한 자산을 넘어 삶의 기반이며, 생애주기 전반에 걸쳐 영향을 주는 핵심 요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야를 막론하고 제대로 된 정책 청사진을 제시한 후보는 전무하다. 이들은 ‘청년 주택 확대’나 ‘공공임대 강화’ 같은 추상적 구호를 되풀이할 뿐, 뚜렷한 정책 로드맵이나 숫자로 된 실행 계획은 찾아보기 어렵다. 공급과 수요, 세제와 금융, 임대와 자가, 수도권과 지방이라는 복합 방정식을 어떤 방식으로 풀어나갈 것인지에 대한 전략적 사고가 부재한 것이다.
특히 현 대선 후보군 중 일부는 과거 부동산 시장의 실패와 무관하다 말하기 힘든 인물도 있다. 이제는 유권자들이 그들의 말이 아닌 ‘정책의 무게’를 보겠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는 만큼, 그간의 태도를 반성하고 실질적인 공약으로 돌아서야 할 때다.
정치권이 외면한 사이, 국민들은 여전히 혼란 속에 있다. 전세난은 여전히 불안정하며, 금리 인상과 맞물린 매수 심리 위축은 시장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1주택자와 다주택자, 무주택자 간의 갈등 역시 여전하다.
이처럼 복잡한 문제를 풀기 위해선 단순한 규제 완화나 공급 확대만으로는 부족하다. 공급은 어디에, 누구를 위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전제되어야 하며, 세제는 형평성과 예측 가능성을 기반으로 조정되어야 한다.
또한 지방소멸과 수도권 집중이라는 이중 과제를 동시에 풀어야 한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특정 지역에 공급을 몰아넣는 방식은 또다른 불균형을 낳을 수 있으며, 지역 주거 정책에 있어서도 자율성과 맞춤형 접근이 필요하다. 주거 복지에 관한 실효성 있는 방안, 예컨대 청년층의 자산 형성과 중장년층의 주거 안정성을 동시에 도모할 수 있는 다층적 정책이 절실하다.
부동산은 ‘경제 정책’이자 ‘사회 정책’이다. 주거 불안은 결국 삶의 불안으로 이어지며, 이는 소비와 출산, 노동 시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당장의 표를 의식한 인기 영합성 공약이 아니라, 장기적 시각에서 대한민국의 주거 패러다임을 어떻게 재정립할 것인가에 대한 후보들의 철학과 비전이다.
선거는 정책의 경연장이 되어야 한다. 특히 부동산처럼 국민의 삶과 직결된 핵심 사안일수록 더욱 그렇다. 정치적 유불리를 따져 침묵하거나 회피하는 순간, 그 대가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짊어져야 할 몫이 된다.
이제는 후보들이 응답할 차례다. 무책임한 침묵이 아니라 책임 있는 약속으로. 공허한 구호가 아니라 구체적인 숫자와 로드맵으로. 남은 1주일, 후보들은 부동산이라는 민심의 시험대 위에 제대로 서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