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정책은 GDP 0.5% 감소 요인
"정치 부담 등으로 마러라고 협정 가능성 낮아"

미국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 등 무역 불확실성으로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포인트(p)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장보성 자본시장연구원 거시금융실장(연구위원)은 26일 서울 여의도 금투센터 불스홀에서 열린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경제정책 영향과 대응 방향' 세미나에서 이같이 밝혔다.
장 연구위원은 "관세뿐만 아니라 무역정책 불확실성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정량적 효과가 상당하다"며 "미국 무역정책의 직·간접 역효과가 GDP 성장률 약 1%p에 이른다"고 평가했다.
장 연구위원은 자동차와 철강에 25%, 기타 품목에 10% 관세를 매긴 미국의 정책은 GDP를 약 0.5% 감소시킬 것으로 추정했다. 품목별로 보면 △운송장비(-0.30%) △컴퓨터∙전자∙광학기기(-0.04%) △1차 금속제품 (-0.03%) 등도 GDP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무역정책 불확실성이 장기화할 경우 관세처럼 국내 GDP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도 했다. 장 연구위원은 "트럼프 1기 당시 무역 불확실성 확대로 GDP가 평균 0.2% 감소했다"며 "무역 정책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면 올해 성장률이 기본 시나리오 대비 0.6%p 내려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상호관세 유예 기간 이전에 원만한 무역협상 타결이 이상적이며 완화적 통화·재정정책으로 관세와 불확실성의 영향을 완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미국이 조만간 관세와 방위비를 지렛대 삼아 원화 절상 압력을 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트럼프 정부가 미국 무역적자를 제조업 기반 붕괴와 일자리 감소의 핵심 요인으로 인식하고 있는 만큼 큰 폭의 관세 인상과 환율 협정을 추진하리라는 것이다.
이승호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이 우리나라 등 개별 국가에 대한 환율 절상 압력을 우선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며 "다자간 환율 협정은 한국·대만·일본 등 동맹국 대상으로 한 환율 압력 행사 이후 상황을 보면서 추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원화 절상에 대한 압박이 커지면 우리나라도 수출 경쟁국 통화 대비 원화의 절상 폭과 속도가 과도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대외 불확실성과 서학개미·국민연금을 포함한 민간의 해외증권투자 증가 등 구조적 요인으로 우리나라 정부의 인위적 환율 조정이 쉽지 않음을 미국에 설득해야 한다"며 "환율이 하락하면 경제 성장률 둔화 가능성을 근거로 국내 기준금리 인하 등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다만 미국의 마러라고 환율 협정 가능성은 작다고 봤다. 마러라고 협정은 미국이 1985년 일본, 프랑스, 독일, 영국 등과 합의를 통해 인위적으로 달러 가치를 절하시켜 무역수지 적자를 줄인 '플라자 합의'와 비슷하게 트럼프 정부가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환율 협정을 일컫는 말이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다자간 환율협정은 각국의 이해와 공조로 필요로 해 실현 가능성이 작다"고 했다. 그 근거로 "무역적자 및 제조업 쇠퇴 원인이 달러 강세에서 비롯된 것인지 불명확하고 달러 가치는 장기균형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고 짚었다.
또 △달러 신뢰 하락으로 인한 기축통화국 위상 저해 △미국 내 부정적 여론 등 정치 부담 △중국의 반발 등도 근거로 들었다.
만약 마러라고 환율협정이 추진된다면 원화 강세를 관세와 방위 협상에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조언도 했다. 그는 "아세안+3 등과 한·중·일 협력 등을 통해 공동 대응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국제금융질서의 재편 과정에서 과거 플라자합의 이후 일본 엔화의 큰 폭 강세로 잃어버린 30년의 시발점이 되었던 교훈에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