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대미 자동차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가까이 격감했다. 미국 트럼프 정부가 모든 수입품에 10% 보편 관세를 부과하면서, 자동차엔 25% 품목 관세를 매긴 것이 참담한 통계로 돌아왔다. 90일간 유예된 국가별 상호 관세가 어느 선에서 결정되느냐에 따라 더 큰 충격파가 밀려올 수도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20일 발표한 ‘2025년 4월 자동차 산업 동향’에 따르면 4월 자동차 수출액은 지난해 4월보다 3.8% 감소한 65억3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물량 기준 수출은 24만6924대로, 지난해 4월보다 8.8% 줄었다. 최대 자동차 수출 시장인 미국 수출 부진의 영향이 컸다. 지난달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28억9000만 달러로, 작년 4월보다 19.8% 감소했다.
자동차는 반도체와 함께 미국 수출 1·2위 품목으로 전체 대미 수출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여기서 적색등이 켜지면 한국 경제 지각판이 흔들리게 된다. 조속한 추세 전환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현대차그룹은 트럼프 관세에 대응해 미국 현지 생산 비중을 늘리고 있다. 최근 4년간 210억 달러(약 31조 원) 미국 투자도 약속했다. 트럼프 압박을 이겨내기 위한 고육책이지만 국내에서 만드는 국산차 수출엔 좋은 소식이 아니다. 현대차 미국판매법인에 따르면 4월 미국 현지 판매량은 8만1503대로, 작년 동월 대비 19% 증가했다. 현지 판매량은 늘고 국산차 수출량은 줄어드는 구조다.
관세 장벽의 피해를 줄이려면 정부와 기업이 한 몸이 돼 치밀한 관세 대응에 나서야 한다. 한미 통상협상은 6·3 대선을 통해 출범할 차기 정부가 맨 먼저 맞닥뜨릴 도전적 과제다. 하지만 주요 후보들은 ‘수박 겉핥기’ 공약만 내놓고 있다. 도무지 미덥지가 않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18일 TV 토론에서 “중요한 원칙은 국익 중심”이라며 “서둘러 조기 타결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하지만 자동차와 철강에 품목별 관세가 부과된 마당에 시간 끌기가 유효한 해법일 수 있는지 의문이다. 자동차의 도시 울산은 전기차가 큰 폭의 수출 감소(-64.7%)를 겪고, 하이브리드차 수출마저 27개월 만에 처음으로 감소(-4.6%)하자 온통 아우성이다. 이런 현실이 안중에 없나. 미국의 무역협상을 이끄는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은 “협상하고 싶지 않다면 관세는 4월 2일 수준으로 다시 올라간다”며 ‘성실 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미국에 맞대응할 카드가 있는지도 알 길이 없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반대로 속도전을 주장하고 있다. 김 후보는 한미 우호를 강조하면서 “당선되면 한미 정상회담을 바로 개최해 관세 문제를 유예기간 종료 전에 끝낼 것”이라고 했다. 이 역시 공감은 어렵다. 상호관세 면제·축소를 관철할 전략적 방책이나 ‘거래의 기술’은 도대체 어디에 있나.
대선 후보들이 반드시 해야 할 말은 하지 않고, 하나 마나 한 말만 골라 하니 유권자들은 절로 고개를 돌리게 된다. 먹고사는 문제를 놓고도 그렇다. ‘모호한 국익론’이나 ‘근거 없는 낙관론’으로 시간을 낭비할 계제가 아니라는 점만 분명히 알아도 저러지는 않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