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심화하는 가운데 ‘건강한 노화’가 한국 사회의 장기적인 사회·경제 발전을 위한 필수 요소로 꼽혔다.
허윤정 분당서울대병원 연구협력 교수는 이투데이가 20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개최한 ‘2025 K-제약바이오포럼’에서 ‘모두를 위한 건강한 노화-사회·경제적 비용 줄인다’를 주제로 고령층의 건강과 국가경제 사이의 밀접한 연관성을 강조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건강한 노화를 ‘개인의 내재적 능력, 환경적 특성, 이들의 상호작용을 통해 웰빙을 실현하는 기능적 능력을 지속적으로 개발·유지하는 생애 과정’으로 정의했다. 단순히 신체적으로 질병이 없는 상태뿐 아니라 △내재적 능력(Intrinsic Capacity)의 다차원성 △환경적 특성(Environmental Characteristics)의 구조적 영향 △기능적 능력(Functional Ability)의 실천적 가치 등 3개 분야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어야 건강한 노화로 평가된다.
한국의 고령화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가파르다. 국제연합(UN) 경제사회이사회(DESA)에 따르면 한국 인구는 2020년 5186만 명으로 정점을 기록한 뒤 하락 중이며, 2023년부터 2100년 사이 연평균 1.1%씩 감소해 2185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의료비 지출은 2006년 4.8%에서 2022년 9.7%에 이르렀으며, 만성질환 진료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 부담 역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허 교수는 “한국처럼 세계 최하위 수준의 합계출산율, 생산가능 인구의 감소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밀도있는 고민이 필요하다”라며 “한국의 역량을 고려하면 창의적으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 관측도 가능하지만,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화하는 인구구조에 대응하려면 적극적으로 노화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경제협력기구(OECD)가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건강한 수명 연장에 맞춰 고령자 고용률이 증가할 경우 고령화가 GDP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향후 30년 동안 8%에서 3%로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허 교수는 건강한 노화를 위한 정책과 기술 개발에도 전폭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일본은 인공지능(AI) 영양관리 애플리케이션을 보급해 대사증후군 유병률을 19% 감소시켰다. 필리핀에서는 지역사회 기반 항노화 클리닉을 확대해 65세 이상 의료비를 41% 가량 절감한 효과를 확인했다.
그는 “건강한 노화를 위한 노화 방지 기술의 발전은 고령 인구의 GDP 기여율을 5.4%에서 7.2%로 상승시킬 잠재력을 가진 것으로 파악된다”라며 “미국의 경우 올해 안티에이징 시장이 약 403억 달러(56조2185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기술 혁신과 소비자 필요 사이의 상호작용이 새로운 경제 성장 엔진으로 작용할 전망이다”라고 내다봤다. 이어 “기술 접근성을 개선하고, 세대 간 형평성을 제고하기 위한 정책을 마련해 지속 가능한 사회·경제적 효과를 견인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