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시 대부분 소각…이산화탄소 발생
재사용 횟수 늘리고, 회수 시스템 강화해야

스티로폼과 종이박스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친환경 아이템으로 떠오른 다회용백은 양면성이 존재한다. 여러 차례 쓸 수 있어 일회용 스티로폼·종이박스보다 친환경적인 것은 사실이나 일정 수준의 사용률이 나오지 않으면 오히려 폐기 문제로 친환경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2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다회용백은 내구성과 보냉 기능이 뛰어나 여러 번 재사용할 수 있어 종이박스, 스티로폼 등 일회용 포장재보다 친환경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맥킨지(McKinsey & Company) 역시 2023년 지속 가능성 및 포장 산업 관련 보고서를 통해 다회용백이 일회용 포장재 대비 탄소 배출량을 80%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다회용백을 일정 횟수 이상 재사용해야 실질적인 친환경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회용백은 1개 생산 시 약 0.5kg 이산화탄소(CO2)가 배출된다. 복합 소재의 제조 공정과 높은 내구성을 위한 추가 가공 탓에 종이박스 1개 생산 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0.2kg)보다 높다는 게 맥킨지 보고서의 설명이다.
이에맥킨지는 20회 재사용을 기준으로 분석했을 때, 다회용백의 탄소 배출량이 일회용 포장재 대비 1/5 수준으로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이어 영국 맨체스터대도 다회용백이 환경적으로 이득을 내려면 최소 16회 이상 사용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사용 횟수가 이보다 적다면 오히려 일회용 포장재보다 환경에 더 큰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이커머스업체 중에서는 쿠팡, 컬리 등이 신선식품 새벽배송을 위해 현재 다회용백을 활용 중이다. 이들 업체 가운데 쿠팡이 다회용백을 최대 규모로 운영 중이다. 신선식품 주문 10건 가운데 7건가량을 프레시백으로 배송하고 있다는 게 쿠팡의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훼손, 방치 등에 따른 미회수율은 10% 수준으로 본다.
이에 쿠팡은 배송기사에게 회수비용을 추가로 지급, 다회용백 회수를 장려하고 있다. 또 다회용백인 ‘프레시백’의 재사용률을 늘리기 위해 전용 세척기와 전담인력을 배치해 살균 및 세척 처리한다. 다회용백을 주기적으로 관리해 위생을 비롯해 내구성까지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쿠팡에 따르면 다회용백을 100회 재사용한 뒤 노후화 등으로 일괄 폐기 중이다.
다회용백의 소재로 인한 한계 때문에 재활용이 쉽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다회용백은 폴리에스터와 알루미늄 코팅 같은 복합 소재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업계는 다회용백의 재활용률이 10%에 불과한 것으로 본다. 이는 종이(70%)와 단일 플라스틱(50%)의 재활용률 대비 현저히 낮다. 이 때문에 업계는 다회용백을 폐기 시 소각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다회용백의 환경적 이점을 극대화하려면 재사용 횟수를 늘리고, 회수 및 재활용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환경단체의 한 관계자는 “다회용백과 같은 복합 소재로 만들어진 제품은 분리수거 방식으로 처리하기 어려워 대부분 소각이나 매립으로 폐기되는 데, 소각할 경우 이산화탄소 발생 등으로 추가적인 환경오염을 유발한다”면서 “다회용백을 통한 실질적인 친환경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최대한 많이 사용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소비자 역시 다회용백을 적극적으로 반납하고 재사용에 동참해야 한다”며 “훼손하거나 방치하지 않도록 하는 시민의식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