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까지 덩달아 올라
대만달러도 이달 초 이틀간 10% 급등
제조업 강화 중시 트럼프, 약달러 지향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관세에 이어 환율로 아시아 국가들을 흔들고 있다. 미국이 한국과 일본, 대만 등 아시아 주요 경제국에 통화 절상을 압박할 가능성이 제기되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15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전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당 한국 원화 가치는 한때 2% 급등해 원·달러 환율이 1380원대까지 내려갔다. 5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에 맞춰 한미 양국이 환율 문제를 협의했다는 블룸버그통신 보도가 원화 가치 급등 기폭제가 됐다. 미국이 한국에 통화 절상을 요구했을 것이라는 관측에 시장에선 달러 매도세가 강해진 것이다.
분위기는 엔화로도 확산해 한때 엔·달러 환율은 145.70엔대까지 하락했다. 단스케은행의 모하마드 알사라프 애널리스트는 “한국과 미국 회담 소식은 트럼프 행정부가 달러 약세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시장의 우려를 강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뒤이어 미국이 환율 이슈를 무역 합의에 포함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블룸버그가 전하면서 환율은 다시 안정을 찾았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가 환율에 대해서도 움직일 것이라는 불안감은 가시질 않고 있다. 이달 초에도 미국이 대만과의 협상에서 대만달러 절상을 요구했다는 관측이 제기돼 대만달러가 이틀간 달러 대비 약 10% 급등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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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달러 약세가 바람직하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달러는 미국 제품의 해외 경쟁력을 낮추는 동시에 수입품에 대한 수요를 부추겨 무역적자 폭을 늘릴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무역적자 축소를 위해 전 세계에 상호관세를 매긴 트럼프 대통령이 환율에도 손댈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다.
행정부도 같은 입장이다. 스티븐 미런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은 과거 헤지펀드에서 근무하던 시절 작성한 보고서에서 주요국들이 외환보유고를 줄여 달러 약세를 유도하는 구상을 제시했다.
게다가 한국과 일본, 대만 등 아시아 주요국은 미 재무부의 환율 감시 대상국에 올라 있어 미국으로부터 환율과 관련해 압박받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큰 편이다.
아시아 투자자들 포지션이 달러에 치우쳐 있던 점도 환율 변동성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고 닛케이는 짚었다. 주변국이 어려워도 미국만은 다를 거라는 이른바 ‘미국 예외주의’ 속에 투자자들은 환 헤지 없이 미국 자산 투자를 늘려왔다. 일례로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대만 생명보험사들이 최근 10년간 미국 자산에 무려 7000억 달러(약 978조 원)를 투자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당분간 미국이 아시아 국가들과 협상을 이어가야 하는 만큼 외환시장 변동성은 지속할 전망이다. 가토 가쓰노부 일본 재무장은 이틀 전 각의 후 기자회견에서 “20일부터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 회의에서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환율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