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시계 시장 중 한국은 11위⋯희소 가치 전략으로 공략
국내 주요 백화점서 주얼리·시계 카테고리 매출 성장

불황으로 소비가 양극화되고 있는 가운데 초고가의 주얼리·시계만큼은 호황을 누리면서 해외 하이엔드 브랜드들이 한국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수준 높은 제품력과 희소성을 무기로 소득 수준이 높은 고객들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스위스 하이엔드 시계 브랜드 ‘모저앤씨’는 13일 서울 중구 장충동 서울신라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열고, 다미아니그룹 산하 이탈리아 럭셔리 주얼리·시계 체인 ‘로카’와 파트너십을 맺고 한국 시장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이날 에두아르 메일란 모저앤씨 최고경영자(CEO)와 조르지오 다미아니 다미아니 그룹 부회장도 참석해 한국 시장 진출 배경과 향후 계획을 밝혔다.
에두아르 CEO는 “200년 넘는 역사의 모저앤씨는 현재 40개 국가에 진출했다”면서 “전 세계 시계 시장에서 한국은 11위로 상당한 규모이며 지금이 한국 시장에 진출하기 적기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장 제품을 많이 판매하기보다는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한국 시장에서 브랜드를 구축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모저앤씨는 1828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스위스 샤프하우젠 출신의 워치메이커 하인리히 모저가 설립해 약 2세기에 걸쳐 가족이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시계 제조사다. 모저앤씨는 통합 제조 시스템을 갖춰 매년 약 4000개의 한정된 수량만 생산한다. 가격은 3000만 원대 엔트리 모델부터 수억 원대 모델까지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모저앤씨는 14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에 입점해 국내 첫 오프라인 매장을 연다. 상하이, 베이징, 홍콩, 미국 멘로 파크에 이은 전 세계 다섯 번째 단독 부티크다. ‘스트림라이너’, ‘인데버’, ‘파이오니어’, ‘헤리티지’ 등 메종의 시그니처 컬렉션을 독점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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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한정판 ‘스트림라이너 투르비용 스켈레톤 부티크 에디션을 들여와 국내에선 단 1점만 선보인다. 이 제품은 약 2억 원으로 전 세계에서 17점만 제작됐다. 오동욱 다미아니 코리아 지사장은 “브랜드 슬로건처럼 희소 가치를 전략을 통해 브랜드를 성장시켜나갈 것”이라며 “브랜드가 고객을 찾아가는 것이 아닌, 고객이 브랜드를 찾아올 수 있는 방향으로 사업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은 최근 명품 시계·주얼리 시장 격전지가 되고 있다. 소비 침체에도 시계와 주얼리를 자산화 하려는 부유층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올해 1~3월 명품 주얼리 누적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9% 늘었다. 같은 기간 현대백화점도 시계·주얼리 매출은 전년보다 43% 뛰었다.
이 같은 흐름에 명품 하이엔드 주얼리·시계업체들은 5~6월 웨딩 시즌 성수기를 맞아 앞다퉈 가격을 올리며 배짱을 부리고 있다. 스위스 명품그룹 리치몬트 산하의 명품 워치·주얼리 브랜드 ‘피아제’는 내달 1일부터 국내 전 제품을 최대 10% 인상을 예고했다. 앞서 반클리프 아펠은 지난달 주요 제품 가격을 5~10% 올렸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가처분 소득이 높은 주요 구매층은 불황에도 경기를 많이 타지 않는 데다, 높은 희소성으로 하나의 투자처로 인식되는 부분도 매출 증가 요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