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핵심 제약사에서 파생된 신약 개발 전문 자회사들이 선전하고 있다. 제약업계의 연구개발(R&D) 수요가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자회사를 통해 R&D 역량은 강화하고 부담은 줄이는 전략이 시간이 갈수록 맞아떨어진단 평가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제일약품의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올해 1분기 매출 92억 원을 기록해 전년동기 대비 594.9%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6억 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기대 이상의 실적이다.
2020년 설립된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제일약품으로부터 R&D 파이프라인을 물려받아 2024년 4월 첫 번째 신약 ‘자큐보’의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다. 자큐보는 칼륨경쟁적 위산분비억제제(P-CAB) 계열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다.
지난해 10월 출시된 자큐보는 유비스트 기준 출시 첫해 33억 원, 올해 1분기 67억 원의 처방을 달성해 6개월 만에 누적 처방 100억 원을 찍었다. 이런 활약에 고무된 회사는 올해 매출 전망치를 249억 원으로 54% 상향 조정했으나, 1분기에 이미 90억 원을 돌파하는 성과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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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코닉테라퓨틱스는 자큐보의 적응증 확대와 해외 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달 3일부터 6일(현지시간)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진행된 미국소화기질환주간(DDW 2025)에서 8주 누적 치유율 100.00%를 달성한 위궤양 임상 3상 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올해 1월 식약처에 위궤양 적응증 추가를 신청하는데 기반이 된 임상이다. 중국에서도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후속 파이프라인은 이중저해 표적항암제 ‘네수파립’이다.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이달 30일부터 6월 3일까지 미국 시카고에서 열리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2025)에서 전이성 췌장암 임상 1b상과 자궁내막암 연구자 주도 임상 2상 데이터를 발표한다.
앞서 네수파립은 위암에서도 우수한 연구성과를 공개했다. 위암 및 위식도접합부암에 대해서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희귀의약품에 지정되면서 개발에 탄력을 받고 있다.
유한양행의 면역항암제 개발 전문 자회사 이뮨온시아는 코스닥시장 상장 절차를 밟고 있다. 2016년 설립 이후 9년 만이다. 공모가는 희망밴드 상단인 3600원으로 확정돼 총 329억 원을 조달한다. 이달 19일 상장 예정이다.
이뮨온시아는 기업공개(IPO)를 통해 공모한 자금을 R&D에 투자한다. 핵심 파이프라인은 NK/T세포 림프종을 치료하는 ‘IMC-001’과 고형암을 대상으로 하는 ‘IMC-002’다.
PD-L1 단클론항체인 IMC-001은 임상 2상에서 객관적반응률(ORR) 79%, 완전반응률(CR) 59%를 확인했다. 무진행 생존기간(PFS) 중앙값은 30개월로 나타나는 등 PD-L1 계열 내 최고신약((Best-in-class) 가능성을 확인했다.
IMC-002는 2021년 중국 3D메디슨에 총 5억7050만 달러 규모로 기술수출됐다. 암세포가 면역세포의 공격을 회피하는 신호를 차단해 대식세포의 항암작용을 유도하는 기전의 CD47 항체다. 현재 임상 1b상을 진행 중이며, AACR 2025에서 비임상 연구 결과를 발표한다.
이뮨온시아는 국내 개발 항암제로는 최초로 FDA 허가를 받은 유한양행의 ‘렉라자’에 이어 면역항암제 분야에서도 ‘국산 1호’ 성과를 내겠단 각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