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아파트 공급절벽이 현실화한 가운데서도 '악성 미분양' 해소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선호 지역·대단지 등 소위 '똘똘한 한 채'를 중심으로 집값이 오름세를 보이는 경향이 이어지면서 악성 미분양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외곽의 작은 규모·면적의 집들이 외면당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1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서울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644가구다. 전월 652가구보다 줄었으나 최근 10년 새 최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15년부터 2022년 9월까지 줄곧 100가구를 밑돌거나 100가구대였던 서울의 준공 후 미분양은 2022년 10월 210가구를 기록한 이후 증가세를 보였다. 2023년 2월부터는 400가구 안팎에서 움직였고 지난해 5월부터는 500가구 이상을 기록 중이다.
현재 서울의 준공 후 미분양은 강동구(287가구)와 강서구(145가구)에 집중돼 있다. 두 곳의 물량은 총 432가구로 서울 전체의 67%를 차지한다. 도봉구(65가구)와 구로구(59가구), 광진구(32가구)도 준공 후 미분양이 많은 편에 속한다. 주로 서울 내에서 선호도가 높지 않고 집값이 상대적으로 싼 지역에 준공 후 미분양이 많이 몰린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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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내에서도 주거 선호도가 높은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와 마포구, 성동구는 준공 후 미분양이 없다. 용산구는 1가구뿐이다.

준공 후 미분양 단지들은 지역을 불문하고 규모가 작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현재 서울 준공 후 미분양 단지 25개 중 500가구 이상인 곳은 동작구 '상도푸르지오클라베뉴'가 유일하다. 이 단지는 현재 1가구만 남아 있다. 전체의 절반 이상은 100가구 미만이다. 200가구가 넘는 곳은 상도푸르지오클라베뉴를 포함해 5곳밖에 되지 않는다.
전용 면적을 기준으로 봐도 준공 후 미분양은 대부분 소형이다. 총 644가구 중 소형에 속하는 전용 60㎡ 이하가 599가구로 93%를 차지하고 있다. 전용 85㎡를 초과하는 것은 2가구뿐이다.
준공 후 미분양 단지 중 상당수는 도보 10분 정도면 지하철역을 이용할 수 있는 역세권이다. 강동구 '에스아이팰리스강동센텀1·2'와 '강동중앙하이츠' 등을 포함해 지하철역이 5분 거리인 곳도 적지 않다.
그런데도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은 향후 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가 높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브랜드·대단지에 대한 선호가 강한 실거주 중심의 시장인데 단지 규모와 전용 면적이 작으면 수요가 많지 않고 이는 투자 가치가 낮다는 것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며 "오피스텔이란 대체재가 많다는 점도 준공 후 미분양으로 남게 된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는 '똘똘한 한 채'를 찾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강남 3구와 마·용·성 등 선호지역의 아파트값(한국부동산원 기준)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10% 이상 올랐다. 반대로 노·도·강, 금·관·구 등은 같은 기간 서울 평균 상승률 6%를 밑도는 0~3%대 오름폭을 기록했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주거용부동산팀장은 "최근에는 같은 단지 내에서도 층수나 조망권 등에 따라서 차별화될 정도로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쏠림이 강하다"며 "이런 현상은 계속 심화하면서 소규모·소형 아파트는 한동안 관심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