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금융권 '중대재해법'으로 불리는 책무구조도 시범 운영이 본격화했지만, 업계에서는 아무리 정교한 구조도와 규정이 있더라도 책임 의식이 약한 조직에서는 내부통제가 형식에 그치기 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책무구조도의 핵심은 결국 조직 전반에 ‘책임의식 문화’가 뿌리내리는 데 있기 때문이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은 지난달 29일 내부통제를 조직문화로 정착시키기 위해 준법감시관리자 인력 확대, 감사정보분석팀 신설 등 내부 체계를 전면 강화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공급자(LP) 손실 사고 발생을 계기로 내부통제 규정이 아닌 조직 문화로 옮기겠다는 의지를 높게 드러낸 것이다.
내부통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전체 임원의 성과급을 일괄 차감한다는 방침도 정했다. 이선훈 신한투자증권 대표는 "보이지 않는 잠재적 리스크까지 모두 치유해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계속해서 내부통제 강화 조치를 적극 실천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국내 증권사 가운데 내부통제를 인사평가와 직접적으로 연계해 운영하는 첫 사례다.
책무구조도 시범운영이 시작됐지만, 전문가들은 ‘기술적·제도적 장치’만으로는 제도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내부통제 관리의무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인사평가, 교육, 리더십 등 조직운영 전반에 책임 문화가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부통제 기준 준수 여부를 평가에 반영해 개별 임직원이 책임감을 갖도록 한다.
이를 통해 임직원들은 외부의 강제나 제재 없이도 자발적으로 내부통제 기준을 준수하고, 위험요인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게 된다. 윤리적이고 책임감있는 조직문화가 형성되는 것이 내부통제 준수 여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봤다. 조직문화가 자리잡을 때 책무구조도는 단순한 도식이 아닌, 임직원의 신뢰,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핵심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A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조직문화는 기업의 ‘DNA’처럼 새겨져야 한다”라며 “모든 임직원이 스스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인식하고 행동하게 만드는 나침반으로 작동해야 풍토가 되도록 유도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반대로, 책임의식이 약한 조직에서는 아무리 정교한 구조도와 규정이 있어도 실제 현장에서는 내부통제가 형식에 그치기 쉽다”고 덧붙였다.
특히 임원 리더십의 역할을 강조했다. 경영진이 내부통제와 윤리적 행동을 인사평가, 승진, 보상 등 실제 조직 운영의 기준으로 삼고, 일상적 모범을 보일 때 책임 문화 확산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평가다. 반면 단기 실적에만 집착하거나, 내부통제 위반을 관행처럼 덮어 나간다면 조직 전체의 통제 수준은 쉽게 무너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