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한도 설정, 시행령보다 법률로
금융혁신 위한 스타트업 육성해야

2019년 금융 분야 규제샌드박스인 혁신금융서비스 제도가 도입된 이후 조각투자는 금융소비자에게 새로운 투자처로 자리매김했다. 부동산으로 시작된 조각투자는 미술품, 한우 그리고 음악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투자 대상으로는 생소한 자산을 일반 국민들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가게 했다.
또한 일부 자산가들 사이에서 알음알음 이뤄지던 알짜 자산에 대한 투자를 소시민에게도 가능하게 하여 자산 형성의 기회로 자리매김하는 중이다. 특히 저작자 사후 70년간 보호되는 음악 저작권과 같은 자산은 새로운 형태의 노후대책 수단으로서의 역할도 기대받는다.
그러나 조각투자 활성화의 문턱은 높다. 현재 혁신금융서비스로 운영되는 일부 조각투자 사업은 금융혁신지원법에 따라 ‘2년+2년’으로 운영기간이 한정돼 있다. 이에 금융위원회나 국회는 그동안 효용성이 입증된 조각투자를 제도화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금융위는 지난 2월 3일 ‘조각투자 샌드박스 제도화’를 위한 수익증권 투자중개업인가 단위를 신설하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비금전신탁 수익증권 발행 부문의 제도화다.
하지만 금융위의 시행령 개정만으로는 비금전신탁 수익증권의 활성화에는 부족하다. 보다 다양한 비금전신탁 수익증권이 발행되는 여건을 위해서는 자본시장법 개정이 필요하다. 아쉽게도 관련 내용을 담은 김상훈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발의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있지만, 발의 이후 국회 논의는 더딘 상황이다.
국회에는 토큰증권(STO)를 통한 조각투자 활성화 법안도 4건 발의되어 있다. STO를 통한 다자간 장외 거래를 허용하면서 일반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투자 한도를 설정하는 것 등이 주요 골자다. STO 패키지 법안은 장외중개 허용 등과 큰 내용이 같지만, 구체적으로는 다소 차이가 있다.
특히 투자 한도의 경우에는 3개 개정안 모두 한도를 시행령에 위임하는 것은 동일하지만,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안의 경우 조각투자업체별로 차별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을 단서 규정으로 두고 있다. 투자한도제도는 2016년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이 도입되는 과정에서 처음 도입된 제도다.
투자한도제도는 미국의 크라우드펀딩법인 JOBS법에서 차용한 것인데,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에 대한 지분투자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도입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투자한도제도가 투자위험을 줄인다는 목적으로 무분별하게 도입되면서 해당 산업이 활성화되지 못하거나 고사하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크라우드펀딩산업의 대표적 기업인 와디즈가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라이선스를 포기한 것이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좋은 취지에서 도입된 투자한도제도라고 하더라도 적절하게 설정되지 않으면 결국 이는 사업자의 경쟁력 상실, 상품 매력도 하락과 금융소비자의 선택권 침해로 인한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투자한도를 설정하는 방식에 있어 시행령에 백지 위임할 것이 아니라 법률에서 최저한도를 규정하고, 시행령에서는 상한을 설정하는 방식이 적절할 것이다. 또한 조각투자는 그 특성상 조각투자 대상별로 리스크가 상이하기 때문에 한도 설정에 있어 조각투자 상품별 리스크에 따른 한도를 설정하는 방식이 합리적이다.
시간이 많지 않으나, 방향은 제대로 잡아야 한다. 조각투자 샌드박스사업자 관련법, STO법안의 합리적 제정을 통해 금융시장의 혁신을 위해 노력해 온 스타트업들이 고사하지 않도록 국회와 정부 당국의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