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금융대출 잔액도 매월 감소세⋯기업은행 홀로 증가

경기 침체로 돈줄이 말라가고 있는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시중은행에 적극적인 자금 공급을 요구하고 있지만, 실제 대출 흐름은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은행권의 대출잔액은 소폭 늘었지만 대부분 담보 기반 중심이며, 기술금융 증가도 국책은행 주도로 인한 착시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말 기준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664조9347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월(663조1922억 원)보다 1조7425억 원(0.26%) 증가했다. 지난해 말 662조2290억 원과 비교해 2조7057억 원이 늘었다.
숫자만 보면 자금공급 규모는 확대 추세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들여다 보면 은행들은 여전히 보수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이들 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잔액 증가 폭이 △1월 631조1966억 원 △2월 634조9017억 원 △3월 640조672억 원 △4월 644조8235억 원으로 매달 3조~5조 원 늘었던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특히 은행권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담보 중심의 대출에 집중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은행권 총 대출 가운데 담보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764조5375억 원으로 전체 대출채권의 59.47%를 차지했다. 담보대출 비중은 전년 57.43% 대비 2.04%포인트(p) 증가했다. 반면 신용대출 비중은 같은 기간 22.97%에서 21.97%로 하락했다.
이 같은 은행권의 보수적인 태도는 기술신용대출 현황에서도 드러난다. 기술신용대출은 기술력은 있지만 자본이 부족한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로 성장성이 높은 중소기업에는 중요한 자금 조달 수단이다.
올해 3월 말 기준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303조3735억 원으로 전월(302조6185억 원) 대비 늘었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보면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이 대부분 끌어올렸다. 기술신용대출 상품을 취급하는 5개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SC제일)의 대출 잔액은 되레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은행의 기술금융대출 잔액은 2024년 12월 115조466억 원에서 올해 1월 116조2205억 원, 2월 117조5995억 원, 3월 120조948억 원으로 매월 꾸준히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시중은행의 대출 잔액은 △142조4540억 원 △139조3179억 원 △137조7274억 원 △136조4952억 원 △134조6705억 원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은행권은 리스크 관리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최근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서 위험가중자산(RWA)에 대한 압박이 커졌고, 금융당국이 강조하는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도 자산 구조조정의 부담 요인이 됐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RWA를 낮게 유지하는 방향으로 대출 운용 전략을 조정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중소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은 필요하다고 판단하지만 금융시장 안정성과 자산건전성 관리도 동시에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자칫 대출 부실이 커질 경우 전체 시스템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