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톡!] IP는 단순 권리 아닌 ‘전략자산’

입력 2025-05-07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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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주 삼성벤처투자 투자심사역·변리사

기술 기반 스타트업들을 만나면, 자연스럽게 그들의 지식재산(IP) 관리 방법에 대해 묻곤 한다. “특허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다”라는 업체도 있고, 아직 등록되지 않은 출원 건수만 강조하는 경우도 있다. 해외 진출을 언급하면서도 실제로는 국내 특허만 다수 보유하고, 해외 특허는 1~2건 보유하고 있는 사례도 적지 않다. 반면, 선행 특허 분석 및 국내외 포트폴리오를 체계적으로 구축하며, 지식재산을 초기 개발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스타트업들도 가끔 만난다.

자원이 부족한 스타트업에 IP 확보는 꼭 필요하다고 느끼면서도 당장의 실익은 크지 않은, 그야말로 계륵 같은 과제다. 국내외 특허 출원을 모두 고려하면 비용이 만만치 않고, 불황기에는 관련 비용이 우선순위에서 밀려 가장 먼저 삭감되기 쉽다. 실제로도, 한국지식재산연구원에서 지난 3월 발표한 ‘지식재산 통계 FOCUS’에 따르면 2024년, 국내 대기업의 특허 출원은 전년 대비 12.3% 증가한 동안 중견기업은 1.9% 감소, 중소기업은 2.2% 감소해 대조를 이뤘다.

더불어서 많은 국내 기업이 특허를 확보만 해두는 데 그치고, 이를 비즈니스에 적극적으로 연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스타트업에도 이어져, 지식재산을 법적 분쟁에 대비한 일종의 보험처럼 인식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혹시 모를 위기에 대비해 미리 들어두는 보장성 장치 정도로 여겨지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을 바꾸려면, 질문부터 달라져야 한다. ‘무엇을 출원했는가’가 아니라, ‘그 IP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물어야 한다. 기술 선점, 시장 진입 장벽 확보, 파트너십, 투자 유치, 해외 진출 등 모든 주요 비즈니스 단계에서 IP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스타트업에 체계적으로 관리된 IP는 기술의 차별성과 시장 가능성을 입증하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이를 위해 기술 기반 스타트업들의 연구개발(R&D)과 IP 전략은 분리되어서는 안 되며, 기술 개발 초기 단계부터 사업 전략과 맞닿은 IP 포트폴리오를 설계해야 한다. 다이슨(Dyson)은 기술력과 디자인을 핵심 경쟁력으로 삼아, 다양한 제품의 차별화된 기술을 특허와 디자인권으로 촘촘히 보호하며 프리미엄 시장에서의 입지를 굳혀왔다. 기술과 브랜드를 동시에 보호함으로써 경쟁사의 모방을 차단하고, 고가 전략을 가능케 한 기반 역시 치밀한 IP 전략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처럼 IP는 단순한 권리 확보 수단이 아니라, 사업 성과와 직결되는 전략 자산임을 보여준다. 국내 출원에만 집중하는 전략에서 벗어나, 진출 예정 시장을 고려한 다층적 출원과 권리 범위 최적화가 요구된다. 또한 모든 기술이 반드시 특허화에 적합한 것은 아니라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일부는 공개 특허로, 일부는 비공개 영업비밀로, 또 다른 일부는 디자인권이나 상표권으로 보호하는 등, 기술 특성과 사업 전략에 따라 맞춤형 관리가 필요하다.

많은 스타트업이 여전히 IP를 리스크 대응을 위한 방어 수단으로만 인식한다. 하지만 IP는 단순한 리스크 대응 수단이 아니라, 기업의 전략적 결정을 뒷받침하고, 비즈니스 실행력을 높이는 전략적 레버리지로 작동해야 한다. IP 전략이 바뀌면, 기업의 기술 경쟁력과 지속 가능성도 달라질 수 있다.

고은주 삼성벤처투자 투자심사역·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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