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적 불확실성 등으로 전략 혼란
복합기업 구조·경영권 승계 등도 논란

최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으로 부진한 중국 시장을 상쇄해줄 것으로 기대했던 미국 시장이 오히려 LVMH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이에 LVMH는 작년에 시가총액 기준 유럽 최대 기업 자리를 내준데 이어 지난달 중순 한때 세계 최고 명품 기업 지위까지 에르메스에 내주는 굴욕을 맛봤다.
미국의 관세 압박을 타개하기 위해 아르노 회장은 지난달 그룹 주주총회에서 “미국 생산량 확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메이드인 프랑스’는 LVMH 정체성의 핵심이기 때문에 쉽지 않다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더군다나 아르노 회장은 이미 트럼프 1기 때 미국에 생산 확대를 시도했으나 사실상 실패로 평가받는다. 2017년 개관식 때 트럼프까지 참여한 루이뷔통의 텍사스 공장은 장인 부족 등의 문제로 생산이 지금까지 제 궤도에 이르지 못했다.

또 LVMH는 고객층 상당수가 초고소득층인 에르메스·롤렉스처럼 대외 파고 속에서 독야청청하기가 쉽지 않다. LVMH는 향수나 열쇠고리와 같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품을 통해 소위 ‘열망 소비자’ 계층을 꾸준히 확보해 성장세를 구가해왔기 때문이다. 가격 인상 피로감에 따른 고객 이탈 위험이 다른 업체보다 크다.
오랫동안 강점으로 여겨졌던 LVMH의 ‘복합기업’ 구조에 대해서도 회의론이 고조되고 있다. 그동안은 리스크를 분산하고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전략으로 여겨졌으나 실적 부진 속에 이제는 주가가 저평가받는 요인으로 꼽힌다.
블룸버그는 “루이뷔통처럼 수익성이 높은 브랜드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거나 성장성이 불확실한 브랜드들도 다수 보유하고 있어서 기업가치가 저평가되고 있다”면서 “주류업체 모에헤네시와 세포라 분사론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얘기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1989년부터 36년간 LVMH를 이끄는 76세의 아르노 회장은 후계자 발표를 명확히 하지 않고 있다. 그의 다섯 자녀는 모두 LVMH 계열사에 재직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르노 회장은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의장과 최고경영자(CEO) 연령 제한을 80세에서 85세로 연장했다. 2022년에 75세에서 80세로 바꾼 데 이어 3년 만에 또 늘린 것이다.
아르노 회장은 과거 경영 승계 계획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 권력 불균형과 내적 갈등을 막고 외부 세력의 기대·투기·압박을 분산시키는 효과를 노릴 수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리더가 80세를 바라보고, 실적이 흔들리는 상황에서는 투자자들의 불안을 높일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