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의 전기차 선두주자 'BYD'(비야디)가 지난해 테슬라를 제치고 글로벌 판매 1위를 차지하며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성공의 중심에는 배터리 전해액을 마시며 투자자를 설득한 왕촨푸 회장이 있는데요.
소규모 배터리 공장에서 시작된 BYD는 이제 전 세계 도로를 누비는 차세대 전기차 제국으로 성장했습니다. 왕촨푸의 BYD가 테슬라와 경쟁할 수 있을 정도로 우뚝 선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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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촨푸 회장은 1966년 중국 안후이 성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났습니다. 10대 시절 부모를 잃은 그는 누나와 형의 지원으로 학업을 이어갔는데요. 1987년 중앙남방대학(현 중남대학)에서 금속 물리화학 학사 학위를 취득하며 기술에 대한 재능을 눈뜨게 됩니다.
이후 그는 1990년 베이징 비철금속연구소에서 석사 과정을 밟으며 리튬이온 배터리 연구에 몰두했는데요. 왕 회장은 이 시기에 배터리 효율성과 비용 절감을 고민하며 기업가의 꿈을 키웠습니다. 공산당원이기도 한 그는 1993년 선전으로 파견, 비철금속연구소가 설립한 BAK 배터리라는 회사로 들어가는데요.
왕촨푸는 관련 연구 분야의 학문적 배경 덕분에 이 회사의 총괄 관리자로 임명돼 경영 업무를 비롯해 배터리 제조 경험을 쌓았습니다. 이후 왕촨푸는 1995년, 250만 위안(약 3억5000만 원)으로 자신의 회사를 설립했습니다. 그의 나이 고작 29세였죠.
이때 설립한 회사명인 BYD는 'Build Your Dreams'의 약자로, 그의 글로벌 비전을 상징하는데요. 직원 20명으로 시작한 회사는 노키아, 모토로라에 배터리를 납품하며 성장했죠. 이때 왕촨푸 회장은 배터리가 가진 무한한 가능성을 확신했습니다. 이 확신은 2003년 국영기업인 시안친촨자동차 인수하면서 돌연 자동차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는 것으로 이어집니다.

당시 BYD의 시가총액은 단기간에 30억 홍콩달러가 증발했을 정도로 위기를 맞이했는데요. 이런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왕촨푸는 '가격 경쟁력'을 돌파구로 삼았습니다. 전기차를 타사 제품의 절반 가격에 판매한다는 전략으로 밀어붙였죠.
이 과정에서 '배터리 전해액'을 마신 전설적인 일화가 내려오는데요. 2008년 당시 버크셔 해서웨이의 자회사 미드아메리칸 에너지 홀딩스의 회장이었던 데이비드 소콜이 중국 선전에 있는 BYD 본사를 방문했을 당시 왕촨푸와 BYD 경영진들은 투자 유치를 위해 사활을 걸고 있었습니다. 왕촨푸는 소콜 회장 앞에서 BYD의 기술이 얼마나 친환경적인지를 입증하기 위해 자사의 배터리 전해액을 한 모금 들이켜는 퍼포먼스를 보였는데요.
이에 하늘도 감명한 것일까요.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는 자회사 미드아메리칸 에너지 홀딩스를 통해 BYD에 약 2억3000만 달러를 투자해 9.89% 지분을 취득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버핏은 이 투자를 버크셔 부회장 찰리 멍거의 추천으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우선 컴팩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아토3'는 주행거리 420㎞, 최고출력 204마력, 제로백 7.3초로, 올해 2월 한국 시장에 진출했으며 보조금 적용 시 가격은 약 2000만 원대입니다. '시걸'(Seagull)은 보급형 해치백으로, 주행거리 405㎞, 최고출력 75마력, 가격은 약 7만~9만 위안(약 1300만~1700만 원)이죠.
BYD의 플래그십 전기 세단인 '한'(汉)은 최고출력 517마력, 제로백 3.9초, 주행거리 605㎞을 자랑하죠. 가격은 약 21만~28만 위안(약 3900만~5200만 원)으로, 테슬라 모델 S와 경쟁합니다. 15.6인치 회전형 디스플레이와 '신의 눈'으로 불리는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이 특징인데요. 신의 눈은 카메라와 레이더 센서를 이용해 원격 주차를 포함한 자율주행 기능이 구현되도록 했습니다.
하이브리드 SUV인 '탕'(唐)은 전기 모드로는 112㎞, 하이브리드 모드로는 600㎞ 이상 주행이 가능합니다. 최고출력 580마력, 가격은 약 20만~30만 위안(약 3700만~5600만 원)이죠. U8은 럭셔리 전기 SUV로, 최고출력 1100마력, 가속 3.6초, 주행거리 500㎞를 확보했는데요. 수상 주행이 가능한 비상 부양 기능이 포함돼, 가격은 약 100만 위안(약 1억8000만 원)입니다.
이어 BYD는 2024년 '슈퍼 e-플랫폼'을 공개하며 5분 충전으로 400km 주행이 가능한 기술을 선보였습니다. 이는 테슬라 슈퍼차저(15분 320km)보다 빠르죠. 이러한 기술은 BYD 차량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고 있습니다.

올해 1분기 매출은 1703억 위안(약 235억 달러), 순이익 91억5500만 위안(약 12억6000만 달러)으로, 전년 대비 각각 36.4%, 100.4% 증가한 수치인데요. 올해 4월에는 신에너지 차 판매량 38만89대, 해외 판매 7만9086대를 기록했습니다.
다만 아직 부진한 수출은 BYD의 약점입니다. 지난해 해외로 수출된 차량은 41만7200대로 전체 판매량의 10%에 미치지 못했는데요. 이를 두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세계 시장에서 왕촨푸는 보조금 부족, 새로운 공급망, 더 높은 노동 및 환경 기준, 중국의 기술적 우위에 대한 서방의 깊어지는 두려움과 맞서 싸워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BYD는 헝가리, 터키, 태국 공장 건설로 해외 생산을 확대하며 2025년 해외 판매 80만 대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그치지 않은 BYD는 올해 들어 국내 시장에 공식 진출을 선언, 올해 2월 아토3를 런칭하며 본격적으로 현대자동차그룹과 경쟁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BYD는 전기버스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2016년 제주에서 eBus-7을 시작으로, 2023년 9m eBus9(주행거리 474㎞·40인승)를 도입했는데요. 올해 1월 기준 국내 BYD 전기버스 1056대가 제주ㆍ대전 등에서 운행 중이며, 정부 보조금(1대당 약 2억 원)으로 현대차 대비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평을 듣고 있죠.
Build Your Dreams라는 이름처럼, BYD는 왕촨푸의 꿈을 현실로 만들었습니다. 왕촨푸 회장의 좌우명은 '기술 혁신'과 '제품 개발'인데요. 앞으로 BYD의 기술과 가격 경쟁력은 전 세계 시장에서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요? 왕 회장의 행보에 시선이 쏠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