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투자 줄이고 기존 공장 활용도 높여
현지 생산역량 기반으로 ESS 시장 공략

전기차 시장의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이 장기화하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가 생존 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 관세 정책 등 시장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서 배터리 3사는 투자 속도를 조절하는 한편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신시장 공략과 현지 공급망 구축에 나선다.
5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374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8.2% 증가했다. 다만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첨단제조세액공제(AMPC) 4577억 원을 제외하면 약 830억 원의 손실을 냈다.
삼성SDI와 SK온도 미국에서 각각 1094억 원, 1708억 원의 생산 보조금을 수령했지만 적자를 피하지 못했다. 삼성SDI는 올해 1분기 4341억 원, SK온은 2993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문제는 2분기에도 실적 회복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글로벌 전기차 수요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는 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이 큰 탓이다.
배터리 3사는 허리띠를 더욱 졸라맨다. '맏형' LG에너지솔루션은 신규 공장 증설을 당분간 멈추고, 기존 공장의 유휴 설비를 활용해 생산성을 극대화한다. SK온도 북미에서 포드, 현대차와 각각 짓고 있는 합작 공장 건설이 마무리되면 설비투자 규모가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장기 관점에서 필수 투자는 이어간다. 삼성SDI는 1조7000억 원의 유상증자를 통해 마련한 자금을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의 합작 투자, 유럽 헝가리 공장 생산능력 확충에 투입한다. 투자부터 양산까지 걸리는 시간을 고려해 2~3년 뒤 수요에 대응해 선제적으로 자본을 확충한 것이다.
박종선 삼성SDI 부사장은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2027년, 2028년 이후 시장 회복을 앞두고 선제적으로 투자하는 것"이라며 "이와 함께 기존 라인과 설비를 제조 및 전환해 신규 라인 증설 비용을 감축하는 등 투자 효율화 노력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북미 ESS 시장은 연간 2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며, 국내 배터리 업체들에 기회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현재 글로벌 ESS 시장은 중국산 배터리 비중이 높지만, 미국의 ‘탈중국’ 기조가 강화되면서 현지 생산 역량을 갖춘 기업들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연 20%의 성장이 기대되는 북미 ESS 시장도 배터리 업계에는 기회요인이다. 현재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ESS 시장은 중국산 배터리가 장악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탈중국' 공급망에 공을 들이는 만큼 현지 생산 역량을 갖춘 국내 배터리 업계가 중국을 대체할 것이란 기대가 크다.
일찌감치 미국 시장을 공략해온 LG에너지솔루션은 2분기부터 미시간 공장에서 ESS용 LFP 배터리 양산에 돌입한다. 애리조나 ESS 공장 건설 대신 미시간 공장 라인 전환을 통해 수요에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삼성SDI는 전기차 라인의 ESS 전환을 통해 연간 생산능력을 20% 늘리는 작업을 진행 중이며, 안정성과 높은 에너지 밀도를 갖춘 ESS 제품 '삼성 배터리 박스(SBB)'와 무정전전원장치(UPS) 제품 판매도 확대할 계획이다.
SK온은 LFP 배터리 기술 개발을 완료하고 ESS에 우선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전현욱 SK온 재무지원실장은 “미국 관세 정책 변화로 미국 시장에서 새로운 수요 기회가 생기고 있다”며 “고객사들과 수주 협의를 활발히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