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도 임단협 핵심 안건으로 올릴 전망
대기업 생산 현장에 4.5일제 도입된 사례 없어
"생산성 향상ㆍ 임금체계 유연화 전제돼야"

조기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주 4.5일제’, ‘주 4일제’ 도입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올해 완성차 업계의 임금 및 단체협상에서도 근로시간 단축 문제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노동조합이 주 4.5일제를 핵심 안건으로 올릴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대선 국면과 맞물려 노조의 주장이 힘을 얻게 됐다.
1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기아 노조는 올해 임단협 테이블에 주 4.5일제를 안건으로 올릴 전망이다. 기아 노조는 최근 소식지를 통해 “주 4.5일제는 주 4일제로 가는 현실적 다리이자 변화의 첫 단계”라며 “올해 임단협에서 4.5일제를 쟁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 노조 역시 올해 임단협에 같은 안건을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 노조 일각에서는 주 4일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더 강경한 주장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실질적인 노동 시간 단축을 이유로 주 4일제 도입을 요구하는 가운데 산하 현대차지부도 같은 주장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
양사 노조는 지난해 임단협에도 주 4.5일제 도입을 안건으로 올렸으나 사측과 이견을 좁히지 못해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노조 측은 근로시간을 단축해 조합원의 건강을 지키고 일터와 가정의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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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치권에서 근로시간 단축을 공약으로 검토하고 나서면서 노조 측의 주장에 한층 힘이 실릴 전망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근로자의 날인 이날 오후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주 4.5일제 도입, 65세 정년 연장 법제화 등의 내용이 담긴 정책협약을 맺었다. 이 후보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 일하는 대한민국의 노동시간을 줄이고, 노동자가 차별과 사각지대 없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힘을 쓰겠다”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기업들은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생산성 하락을 우려하고 있다. 현대차는 국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제네시스와 팰리세이드, 투싼 등의 수요를 맞추기 위해 매주 특근까지 시행 중이다. 게다가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개별 기업이 4.5일제를 선제적으로 도입하는 건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대기업 생산 현장에서는 아직 주 4.5일제를 도입한 사례가 없다. 일부 대기업에서 사무직 직원을 대상으로 주 4일제나 주 4.5일제를 도입해 시범 운영 중이지만 이는 근로시간 단축의 개념은 아니다. 포스코와 SK텔레콤 등에서 격주로 주 4일제를 시행하고 있으나 필수 근로시간을 충족해야 금요일 하루를 쉴 수 있는 방식이다.
주 4.5일제가 현실화되려면 노사 간 생산성 유지 방안 마련과 직무 재설계, 유연근무제 도입 확대 등의 논의가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자동차 산업은 노동 투입량과 근무시간이 생산성과 직결되는 특성을 가진 만큼 더 정교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다만 완성차 생산 현장의 자동화율이 높아진 만큼 생산성 향상이 전제된다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란 주장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침체에 미국 정부의 관세 부과 등 완성차 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주 4.5일제는 또 다른 경영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근로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는 동시에 생산성 향상과 임금 체계 유연화가 필수로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