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자동차·부품 관세 완화
2년 한시적 조치…공급망 개편 불가피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완성차 수입 부품에 대한 면세를 허용하면서 기업들의 관세 부담을 일부 덜어줬다. 그러나 이 완화 조치는 2년간 한정이다. 이후 예고한 대로 전면 관세 부과가 적용되면 완성차·부품업계의 공급망 재편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1일 산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3일부터 자동차부품에 관세 부과를 확대 적용한다. 지난달 3일부터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 중인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내 생산된 완성차를 대상으로 수입 부품에 대한 관세는 일부 면제하기로 했다. 미국에서 만든 자동차 가격의 15%에 해당하는 부품에 대해서는 25% 관세를 적용하지 않는다. 첫해에는 15%, 두 번째 해에는 10%를 대상으로 면세를 적용한다. 소비자가격 3만 달러(약 4266만 원)인 차량의 경우 한 대당 약 1125달러(약 178만 원)의 관세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번 관세 부담 경감은 2년 한시적 조치로 향후 수입 부품에 대한 25% 관세가 전면 적용될 예정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2년 이내에 미국 내 부품 조달처를 늘릴 것을 자동차 업계에 촉구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미국 완성차 시장은 중국에 이어 단일국가 중 두 번째로 큰 시장으로 지난해 기준 1650만 대(18%) 규모에 이른다. 대부분 업체가 미국 현지 판매물량의 30~5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분석 결과 미국 내 생산분(800만 대) 중 평균 미국산 부품 비율은 40% 수준에 그친다.
결국 공급망 재편 수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시장의 견해다. 무협이 수출 제조기업 74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절반 이상이 트럼프 2기 이후 글로벌 공급망 조달 여건이 악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미국 무역제재로 인한 공급망 위기 우려(79.6%)는 중국 원자재 수출통제로 인한 우려(42.4%)보다 두 배 가까이 높게 나타났다.
기업들은 이미 생산기지 재편에 나섰다. 현대자동차그룹은 거점 차종별 공급 및 판매 최적화를 추진 중이다.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아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되는 미국산 투싼을 미국 앨라배마 공장으로 돌리고,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하던 캐나다 판매 물량은 멕시코에서 생산해 캐나다로 보내고 있다. 현대차는 “한국산 미국행 물량도 미국 내 점유율을 유지한다는 대전제 하에서 수익성 위주로 타 거점으로 이관할 수 있는 물량이 있는지를 지속해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 진출 예정인 소재 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해 현지 공급망 구축을 앞당기고 권역별로 최적화된 원재료 공급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가전 업계도 공급망 조율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30일 1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TV와 가전 일부 물량 생산지 이전도 고려해 관세 영향 최소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LG전자는 기존 공급·생산지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 중이다. 고율의 관세를 회피할 수 있는 멕시코 지역 공장을 활용하는 한편 미국 테네시 공장에서 세탁기와 건조기 물량을 확대할 계획이다.
진실 무협 선임 연구위원은 “미·중 간 수출통제 강화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 정부와 기업은 공급망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며 “중국 의존도가 높은 조달 구조를 벗어나기 위해 대체 수입처를 확보하고 원자재 국산화와 비축 확대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