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發 패권전] 韓 '디지털 속국' 전락은 시간문제

입력 2025-05-08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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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모빌리티 생태계 삼키려는 구글의 야망…네·카오뿐만 아니라 중소상공인도 줄도산
"한국의 50년 책임질 미래 먹거리 떠넘기는 것…AI 이어 자율주행 주도권 뺏길 것"

구글이 9년 만에 한국 정부에 정밀지도 반출을 재요청한 가운데 미국 정부까지 가세하면서 지도 반출 문제가 디지털 안보와 외교 통상 문제로 확산하고 있다. 구글은 표면적으로 서비스 개선과 이용자 편의성 제고를 내세우고 있지만 실상은 자율주행과 드론·스마트시티·인공지능(AI)기반 교통 등에 필수적인 인프라를 확보해 첨단산업의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정부와 무역 협의를 앞둔 가운데 정부가 통상 압박에 떠밀려 지도 데이터의 반출을 허용할 경우 국내 생태계가 빅테크에 종속되며 ‘디지털 속국’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토토교통부는 15일 박상우 장관 주재로 관련 회의를 열고 구글이 요청한 1:5000 축척 고정밀 지도 데이터의 해외 반출 여부에 대해 1차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구글이 요구하는 축척 1대 5000 지도는 수조 원의 정부 예산을 투입해 구축한 핵심 자산이다. 이는 단순한 공간 정보가 아닌 자율주행·로보틱스·디지털트윈·AI 등 첨단산업의 근간이 되는 인프라로 평가받는다. 이 때문에 한국의 정밀지도 데이터를 해외 기업에 제공하는 것은 단순한 데이터 반출을 넘어 미래 산업의 주도권을 넘기는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가 지금 정밀지도를 넘기면 지도가 아니라 한국의 50년 미래를 통째로 넘겨주는 것”이라며 “이는 결국 자율주행 같은 첨단 기술 분야에서도 플랫폼 종속국으로 전락할 위험이 커진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플랫폼과 소상공인 생태계에 미칠 파장도 적지 않다. 우리나라가 AI 경쟁에서 뒤처진 상황에서 정밀 지도 데이터마저 해외에 넘어가면 네이버·카카오·티맵 등 주요 플랫폼 기업은 물론 지도 기반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소·중견 기업들까지도 생태계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구글은 한국에서 1대 2만5000 축척 지도를 활용해 구글맵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차량·도보 길 안내 기능을 제공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통상적인 지도 기능은 1 대 2만5000 축척 지도로도 충분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구글이 요구하는 정밀지도는 자율주행 자회사 웨이모(Waymo)의 국내 진출을 위한 기반 확보 차원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고정밀지도 데이터의 해외반출은 한국에서의 자율주행 기반 택시 및 관련 운송 서비스 진출을 위한 전초전으로밖에 볼 수 없는 것”이라며 “정밀지도 반출을 허용할 경우 기존 택시업계와 대리운전 등 운수업에 종사하는 수십만 명의 소상공인 생태계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처럼 국내 산업 전반에 치명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임에도 구글은 한국 정부를 압박하면서도 국내 데이터 활용을 위한 최소한의 책임조차 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구글이 한국에 서버를 설치하면 해외 반출 없이 국내 정밀 지도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지만 9년째 이를 회피하고 있다. 그 이유는 법인세 부담과 각종 규제를 피하기 위해서다. 물리적인 서버 등 고정사업장이 국내에 존재할 경우 관련 매출에 대해 한국 조세 당국에 신고하고 법인세를 납부해야 하지만 구글은 법인세율이 낮은 싱가포르 등지에 매출을 집중시켜 세 부담을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지난해 각각 3902억 원, 1590억 원의 법인세를 낸 반면 구글이 납부한 법인세는 240억 원에 불과하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앱 마켓, 음원, 검색 등 분야에서 구글의 국내 영향력을 감안하면 구글의 한국 매출은 네이버를 웃돌 것으로 추정되지만 대부분의 국내 매출을 해외 법인 매출로 처리해 상대적으로 낮은 법인세를 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국내 혈세로 구축한 고정밀 지도 데이터를 제대로 된 세금조차 내지 않는 글로벌 기업에 넘겨주는 것은 명백한 역차별이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문제는 미국이 이 문제를 무역 장벽 이슈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이 지도 반출 제한을 비관세 무역장벽으로 지목한 상황에서 한·미 관세 협상 과정에서 이를 압박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는 지난달 28일 공개된 외신 인터뷰에서 고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을 한·미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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