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 비용 부담 늘어…비우량채 타격 가중

올해 상반기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규모가 14조 원을 넘기는 상황에서 신용 스프레드가 다시 확대되면서 차환을 앞둔 기업들의 고민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신용 스프레드는 기업이 채권을 발행할 때 국채 금리에 더해 부담하는 금리로, 수치가 커질수록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난다.
2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5월 초부터 6월 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일반 회사채 규모(자산유동화증권·ABS 제외)는 14조3912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국채, 통안채, 은행채 등 전체 채권 만기 금액(142조3419억 원)의 10%에 달하는 물량이다.
회사채 만기가 몰린 가운데 신용 스프레드가 벌어지며 기업들의 금리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25일 기준 신용등급 AA- 회사채 금리와 국고채 3년물 금리 간 격차는 0.596%(59.6bp, 1bp=0.01%포인트)로 나타났다. 신용 스프레드는 연초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을 반영하며 치솟았다가 진정세에 접어들었지만, 최근 다시 확대되는 분위기다.
지난해 말 국회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뒤 맞은 올해 첫 거래일 신용 스프레드는 69bp에 육박했다. 3월 말부터는 55~57bp를 유지하다 이달 초 다시 58bp를 넘어 다시 벌어지는 추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국내 회사채 시장에도 악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관세 충격 그 자체로 금융시장 변동성을 자극한데다 관세 부과에 따른 기업들의 실적 둔화 우려까지 겹치면서 회사채 스프레드의 전반적인 상승세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이화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오락가락 발언에 시장 변동성 확대는 지속되고, 예측할 수 없는 정책 흐름에 시장 불안감이 커졌다”며 “관세는 가격으로 전가시킬 수 없어 기업의 수익성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그는 "현금 유동성이 풍부한 기업들은 충격 흡수가 가능하겠지만, 관세 전쟁이 장기화하면 기업들의 재무 상황과 신용도가 계속 악화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MBK파트너스-홈플러스 사태’ 이후 비우량채 투자 수요가 줄면서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일수록 상환 압박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SLL중앙(BBB), 두산퓨얼셀(BBB) 등은 공모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목표액을 채우지 못했다. 우량 기업 회사채는 오버 발행(민평 금리를 크게 웃도는 고금리로 채권을 발행하는 것)이 활발한 모습이며, 이는 업황 불확실성을 의식한 결과로 풀이된다.
김상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미국발(發) 불확실성에 따른 경기둔화 가능성을 반영하며 시장금리가 하락하는 가운데 회사채 신용 스프레드는 상승세(채권가격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