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중국 선전의 BYD 본사를 찾았을 때 나는 그동안 막연히 느껴왔던 ‘중국의 자동차 굴기’를 눈앞에서 마주했다. 전시장 한가운데에는 1400여 개의 특허증서가 벽면을 가득 메우고 있었고, 그 중심에 큼지막하게 새겨진 슬로건은 기술 자립에 대한 이들의 신념을 상징처럼 말하고 있었다.
가장 충격적인 건 BYD가 단순한 전기차 제조사가 아니라, 배터리, 모터, 반도체까지 자체 생산하는 거대한 ‘기술 집적체’라는 점이었다. 연구개발(R&D) 인력만 무려 10만 명. “BYD가 만들지 않는 전기차 부품은 타이어와 유리 두 개뿐”이라는 설명은 자랑이 아니라, 위협처럼 들렸다.
그 위협은 도시 곳곳에서도 체감됐다. 선전 시내에는 가솔린차가 거의 없었다. 마트, 백화점, 호텔마다 전기차 충전소가 촘촘하게 깔렸고 인도엔 걷는 사람보다 전기 자전거가 더 많았다. 중국 정부가 ‘신제품 구매 보조금’ 이구환신 정책으로 전폭 지원하는 가운데 내수 시장 전체가 거대한 실험실이자 배양기 역할을 해주고 있었다.
변화는 중국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지난 상하이모터쇼에서는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이 앞다퉈 중국 전용 모델을 내놓았다. 도요타는 광저우자동차와 손잡고 전기차 ‘bZ7’을 공개했고, 아우디는 브랜드 상징이었던 링 엠블럼마저 떼고 ‘AUDI’라는 영문 로고를 전면에 달았다. 이젠 글로벌 브랜드조차 중국 소비자의 눈치를 본다.
그리고 지난 서울모빌리티쇼. BYD는 현대차와 나란히 가장 큰 부스를 차지했다. 차를 보기 위해 몰려든 인파의 크기만큼이나, 현대차의 위기는 조용히 확산되고 있었다. BYD는 한국 시장을 겨냥해 ‘아토3’라는 소형 전기 SUV를 내놨고, 곧바로 고객 인도가 시작됐다. 그들의 공세는 예고편에 불과하다.
지난해 출장부터 최근 모터쇼까지 되돌아본 이유는 국내 진출을 본격화한 BYD가 출시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아토3’의 고객 인도가 시작되고 있기 때문이다. 보란 듯 거세지는 중국의 공세 아래 국내 완성차 시장이 어떻게 변화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다만 아토3가 국내 도로를 얼마나 많이 누빌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는 ‘중국차=카피캣’, ‘중국산=위험’이라는 인식이 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인식은 더 이상 한국이 경쟁에서 밀리는 속도를 가속할 뿐이다. 그들의 성장은 단순히 우연이 아닌 실력이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