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영→제니 다 입었다…코첼라 뒤덮은 '보호 시크', 왜 다시 뜰까? [솔드아웃]

입력 2025-04-24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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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화제 되는 패션·뷰티 트렌드를 소개합니다. 자신의 취향, 가치관과 유사하거나 인기 있는 인물 혹은 콘텐츠를 따라 제품을 사는 '디토(Ditto) 소비'가 자리 잡은 오늘, 잘파세대(Z세대와 알파세대의 합성어)의 눈길이 쏠린 곳은 어디일까요?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미국 최대 규모의 음악 페스티벌,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Coachella Valley Music and Arts Festival, 이하 '코첼라')가 성대한 막을 내렸습니다.

'코첼라'는 미국 캘리포니아 인디오에서 매년 4월 열리는 세계적인 축제입니다. 전 세계에서 30만 명 가까이 모이는데요. 록, 팝, 힙합, 일렉트로닉 등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들이 무대를 펼치고요. 대형 아트 설치물과 조형물들이 페스티벌의 분위기를 더해줍니다.

여기에 빠질 수 없는 것, 바로 패션입니다.

코첼라는 사실상 스트리트 패션의 쇼케이스와도 같습니다. 무대 위에서 공연하는 아티스트들의 스타일은 물론 관람객들의 의상까지 화제가 되는데요. 그 시점에서 가장 뜨거운 패션 스타일을 보여줄 뿐더러 다음 유행에 영향을 준다는 분석도 있죠. 오죽하면 코첼라 전후로 '코첼라 룩'(Coachella Look)에 대한 분석 기사가 외신에서 쏟아져 나올까요.

올해 코첼라는 한 가지 스타일로 뒤덮였습니다. 바로 '보호 시크'(Boho Chic)인데요. 이름이 낯설 수 있지만, 보호 시크 룩의 디테일을 보면 "이게 보호 시크였어?"라고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보헤미안 무드를 감각적으로 담아낸 배우 이주빈. (사진제공=WWD KOREA)
▲보헤미안 무드를 감각적으로 담아낸 배우 이주빈. (사진제공=WWD KOREA)

자유롭지만 멋은 잃지 않아…보호 시크의 매력

보호 시크는 생각보다 뿌리 깊은 역사를 지녔습니다.

1970년대 미국을 중심으로 전쟁, 권위, 자본주의에 저항하며 자유·사랑·평화를 외쳤던 청년층의 문화가 패션으로도 재현되면서 히피 스타일이 열풍을 일으킨 바 있는데요. 맥시 드레스, 플레어 팬츠, 크로셰 톱 등이 이 시대를 대표했죠. 머리띠나 반다나, 레이어드 목걸이 등 큼직큼직하고 투박한 액세서리도 유행했습니다. '평화롭고 자유롭게 살자'는 철학이 옷에도 그대로 반영된 거죠.

자유로운 비정형성, 예술성에 초점을 맞춘 보헤미안 룩도 빼놓을 수 없는데요. '보헤미안'은 19세기 프랑스에서 예술가·방랑자·자유인을 뜻하는 말로 쓰였는데요. 이들의 자유로운 라이프 스타일에서 착안한 패션이 바로 보헤미안 룩입니다. 레이스, 시폰처럼 루즈하고 부드러운 소재, 프린지와 자수 디테일 등을 활용하는 특징이 있죠. 히피보다는 조금 더 우아하고 낭만적인, 꾸미지 않은 듯하지만 섬세한 디테일이 가득한 룩입니다.

보호 시크는 뿌리와 정체성에서 공통점이 많은 이 두 가지 스타일에 기반을 둡니다. 이 둘의 만남이 곧 보호 시크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보헤미안 룩이 예술가적인 자유로움과 낭만을, 히피 스타일이 정치적·사회적 해방을 지향했다면 이 가치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게 바로 보호 시크죠.

보헤미안이나 히피 룩이 때로는 지나치게 자유분방해 보일 수 있는 반면, 보호 시크는 그런 자유로움을 절제된 시크함으로 다듬어낸 스타일입니다. 맥시 드레스에 벨트로 라인을 강조하거나, 크로셰·레이스와 가죽을 믹스매치해 텍스처 대비를 주고, 뉴트럴 컬러로 고급스럽게 연출하는 방식이 대표적입니다.

보호 시크라는 용어와 개념이 최근 등장한 것은 아니며, 2000년대 초반 영국 셀럽들이 이 스타일을 입기 시작하면서부터인데요. 케이트 모스, 시에나 밀러 등의 패션이 '보호 시크'라는 이름으로 불렸고, 패스트패션을 통해 글로벌 트렌드로 퍼졌죠.

2020년대 들어 보호 시크는 '나를 드러낼 방식'으로 Z세대 사이 또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자연 친화적이고 빈티지한 소재, 개성 있는 스타일이 가치소비·자기표현 욕구와 맞물려 인기를 끄는 건데요. 재미있는 점은 패션 업계의 주요 트렌드가 바뀌더라도 보호 시크는 일각에서 항상 일각에서 존재해 왔다는 것입니다. 페스티벌뿐 아니라 럭셔리 브랜드의 리조트 컬렉션 등에서도 보호 시크 요소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죠.

보호 시크는 어떤 세대에게는 '브랜드화된 트렌드', 다른 세대에게는 '나의 감성을 표현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시대마다 '다른 얼굴'로 존재할 수 있었는데요. 요즘 Z세대가 보호 시크를 다시 주목하는 이유 역시 '새로워서'라기보다는 '다시 이름 붙여졌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가능합니다.

▲(출처=배우 리자 소베라노, 프라다, 인플루언서 테자 바튼 인스타그램 캡처, OA엔터테인먼트 제공)
▲(출처=배우 리자 소베라노, 프라다, 인플루언서 테자 바튼 인스타그램 캡처, OA엔터테인먼트 제공)

코첼라 룩, 셀럽 참전하면서 판도 바뀌었다…올해는 어땠나

올해 코첼라를 뒤덮은 스타일 역시 보호 시크였습니다. 코첼라가 열리는 캘리포니아 인디오 지역이 사막 지대라는 점에서 실용적이면서도 독특한 포인트가 되는 웨스턴 감성까지 더해졌는데요. 카우보이모자만 생각해봐도 금세 감이 올 겁니다. 햇볕을 피하면서 페스티벌 감성까지 챙길 수 있으니, 코첼라 룩의 상징이 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죠.

다만 코첼라 룩이 처음부터 지금과 같았던 건 아닙니다. 2000년대 코첼라에 방문한 관람객들은 야구 모자, 로우라이즈 데님 팬츠, 심플한 비키니 상의, 탱크톱 등을 입었는데요. 캐주얼하고 편하지만, 일반적인 여름 의상 혹은 다른 축제 의상과 별다른 차이점이 없었죠.

코첼라에서 보헤미안 감성이 떠오르기 시작한 건 2010년대부터입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2014년 열린 코첼라에서는 관람객들의 패션이 눈에 띄게 대담해졌는데요. 일부 관람객들은 크로셰와 메쉬 소재의 옷을 입었고, 심지어는 상의를 아예 생략한 이도 있었다고 합니다.

이어 2015년에는 켄달 제너, 패리스 힐튼 등 셀럽들이 히피 패션에서 영감을 받은 모습으로 코첼라에 등장해 눈길을 끌었는데요. 찢어진 청바지, 볼드한 팔찌, 가죽 조끼 등이 대표적입니다.

올해 코첼라에선 단순히 몇몇 셀럽이 입어서가 아니라, 현장 분위기 자체가 보헤미안 감성으로 물들었습니다. 레이스나 프린지 디테일이 더해진 화이트 드레스, 스웨이드 부츠를 주변을 둘러보면 볼 수 있었죠.

보호 시크가 사막 위 페스티벌의 기본 문법이었다면, 여기에 웨스턴, 고스, Y2K 등 각자의 해석이 더해진 룩들도 다양하게 등장해 재미를 줬습니다.

압도적인 무대로 세계 음악 팬들의 눈길을 끈 블랙핑크 멤버 제니의 패션에서도 그 감성을 찾을 수 있었는데요. K팝 솔로 아티스트 최초로 코첼라의 대형 스테이지인 아웃도어 시어터(Outdoor Theater) 스테이지에 오른 제니는 13곡의 무대를 선보이며 강렬한 카리스마와 여유 넘치는 모습을 자랑해 관객들을 열광케 했습니다. 그는 카우보이모자와 레더 재킷을 매치, 빈티지한 하이패션 무드를 자랑했죠. 정통 보헤미안 스타일과는 결이 다르지만, 자유로우면서도 시크한 무드를 연출해 환호를 자아냈죠.

보이그룹 엔하이픈은 프라다가 특별 제작한 빈티지한 데님, 가죽 벨트, 스톤 장식 등 의상으로 코첼라의 자유분방한 분위기를 엔하이픈만의 세련된 에너지로 풀어냈습니다. 미국 패션 매거진 GQ는 ‘카우보이 스타일의 프라다 맞춤 의상을 입고 코첼라를 뒤흔든 엔하이픈’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들의 '와일드 웨스트' 테마는 코첼라에 딱 어울리는 콘셉트"라고도 평가했죠.

미국 유명 래퍼 메건 더 스탤리언은 카우보이모자뿐만 아니라 레더 브라톱과 쇼츠, 굵은 버클이 강조된 벨트 디테일로 웨스턴 글램 스타일을 뽐냈습니다.

▲(출처=키키 공식 홈페이지, 홍은채, 사쿠라 인스타그램)
▲(출처=키키 공식 홈페이지, 홍은채, 사쿠라 인스타그램)

K팝도 트렌드에 불붙여…키키·르세라핌 등 다채로운 재해석

사막은 아니지만, 국내에서도 보호 시크 룩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스타일 커머스 플랫폼 에이블리에 따르면 2월 17일~3월 2일 2주간 에이블리 검색 및 판매 데이터 분석 결과, 상의부터 하의, 신발까지 보호 시크 룩이 올봄 패션 트렌드로 떠올랐다고 하는데요. 이 기간 '프릴 민소매' 검색량은 270%, 거래액은 210%로 각각 3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프릴 블라우스'도 검색량(105%)과 거래액(120%) 모두 각각 2배 이상 늘었죠. '러플 가디건'(410%), '러플 블라우스'(130%)도 많이 검색됐으며, 하의 품목에서는 '레이스 치마' 검색량과 거래액이 각각 2배 증가했습니다.

보헤미안 감성을 대표하는 '스웨이드' 소재 상품도 인기입니다. '스웨이드' 키워드 검색량은 2배 가까이(95%) 늘었고요. 봄에 가볍게 걸치기 좋은 '스웨이드 재킷'도 115% 많이 검색됐죠. 잡화 카테고리에서는 '스웨이드 백'(1220%), '스웨이드 부츠'(305%)가 각각 큰 폭의 거래액 성장세를 기록했습니다.

이 밖에도 허리에 찰 수 있는 '벨트 백'(370%), '카우보이 부츠'로도 불리는 '웨스턴 부츠'(105%) 등 보헤미안 스타일의 잡화 상품 거래액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죠.

트렌드를 좇고 또 만드는 K팝 신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신선한 매력으로 중무장한 신인 그룹부터 탄탄한 팬덤을 구축하고 있는 인기 그룹들까지 이들만의 감성으로 보호 시크 룩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는데요. 지난달 첫 미니 앨범 '언컷 젬'(UNCUT GEM)을 발매한 신인 그룹 키키가 빠질 수 없습니다.

키키는 정식 데뷔에 앞서 타이틀 곡 '아이 두 미'(I DO ME) 뮤직비디오를 기습 공개했습니다. 그룹에 대한 정보 하나 없이 공개됐지만, 뮤직비디오는 K팝 팬들의 눈길을 제대로 사로잡았는데요. 뮤직비디오 속 비주얼이 특히 큰 화제가 됐습니다. 뉴질랜드의 광활한 풍경, 멤버들의 건강하고 자유로운 분위기, 전반에 어우러진 보헤미안 콘셉트 삼 박자가 제대로 어우러졌죠. 특히 멤버 지유는 자유분방하면서도 낭만적인 디자인의 화이트 원피스로 배경과 음악에 완벽하게 어우러진 보호 시크 룩을 선보였는데요. 독특한 프린트가 가미된 부츠, 꼬리처럼 귀엽게 땋은 머리 스타일까지 더해지면서 '젠지 보호 시크' 감성을 제대로 말아줬습니다.

르세라핌도 보헤미안 콘셉트로 색다른 매력을 자랑했습니다. 지난달 미니 5집 '핫'(HOT) 발매 기념 쇼케이스 의상에서부터 이를 체감할 수 있었는데요. 레이스와 프릴이 사랑스럽고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면서도, 큰 장식의 벨트, 무릎까지 올라오는 스웨이드 부츠 등이 터프한 매력을 배가했죠.

퍼포먼스 필름에서는 끌로에의 세련된 룩이 돋보였습니다. 은은한 소프트 컬러에 드레시한 소재가 매력적인 보헤미안 스타일을 소화하며 보호 시크의 정석을 보여줬죠. 사쿠라는 페미닌한 실루엣이 돋보이는 실크 소재의 러플 케이프 튜닉을 착용해 청순한 분위기를 보여줬으며, 카즈하는 크롭 기장의 러플 톱과 플레어 테일러드 팬츠, 태슬 주얼리 벨트로 세련된 올블랙룩을 연출했습니다. 김채원은 로즈 브라운 컬러의 캐미솔 톱과 시스루 소재의 미디스커트를 세트업처럼 착용했으며, 여기에 홍은채와 동일한 아이코닉 체인벨트를 매치해 럭셔리한 포인트를 더했습니다.

이 밖에도 제니, 아이브 멤버 장원영 등이 보호 시크 룩을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해석, 수많은 '좋아요'를 받은 바 있습니다.

빈티지한 레이스, 부드러운 실루엣, 두꺼운 벨트 하나로도 자신만의 자유를 표현하는 시대. 코첼라에선 그 감성이 햇살과 먼지를 타고 무대 위는 물론 잔디밭까지 점령한 모습입니다. 보헤미안의 낭만과 히피의 자유로움을 입은 보호 시크, 앞으로 어떤 스타일이 새롭게 등장할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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