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금보장 부담에 부실투자 위험도
증권가에서는 종합금융투자회사(종투사) 인가가 새 먹거리가 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걱정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모험자본을 의무적으로 포트폴리오에 편입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 수익성이 오히려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난감해 하고 있다.
21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종투사는 발행어음과 종합투자계좌(IMA)를 통해 조달한 자금의 25%를 모험자본에 투자해야 한다. 모험자본은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자금공급·주식 투자, A등급 이하 채무증권, 프라이머리채권담보부증권(P-CBO) 매입 등을 뜻한다. 모험자본 비율은 내년 10%를 시작으로 2027년 20%→2028년 25% 등 단계적으로 확대 적용한다. 모험자본을 공급할 의무를 강화해 투자 생태계를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발행어음 종투사 4곳(미래에셋·NH투자·KB·한국투자증권) 모험자본 비율은 11~27%로 집계됐다. 종투사 10개 증권사 총자산 중 모험자본 비중은 2.23%로 낮다는 평가다.
이를 두고 금융투자업계서는 증권사의 기업금융(IB) 사업 진출을 활성화하고 다양한 기업에 유동성을 원활히 공급한다는 제도의 취지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번지고 있다. 비상장사, 스타트업 등을 대상으로 한 투자는 수익성이 불확실하고 포트폴리오 구성 과정에서 위험 분산이 어렵다는 점에서다. 무엇보다 투자할 만한 국내 모험자본 자산이 한정된 상황에서 일정 비율을 채우고 시작해야 한다는 대목이 부담으로 다가온다는 지적이다. IMA의 경우, 모험자본 투자 규모 확대에 따른 손실 가능성은 커지는데 원금 손실 부담은 온전히 증권사가 져야 하는 구조라 증권사로서는 위험성이 더 크다.
투자의 질이 떨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모험자본 비율을 맞추기 위해 부실기업이나 펀드에 철저한 검증 없이 투자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증권사뿐 아니라 시장 전반에 혼선을 가져올 수 있으며, 대내외 변수로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 그 파급력은 더 강해질 수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발행어음이든 IMA든 상품 수익성과 함께 규제에도 맞는 조건으로 자산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만기, 금리 등에 적합한 매물을 찾는 일은 쉽지 않다”며 “종투사로 선정된 증권사들은 ‘규모의 경제’를 기대하고 운용 잔액을 쌓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형 증권사가 종투사 사업에 진입하기 위한 문턱이 여전히 높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자기자본이 크지 않은 중소형 증권사들로서는 고위험 자산을 의무적으로 일정 비율 이상 편입하는 일부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자산 선별 과정에서 원금 회수 여지가 크다고 평가받는 쪽으로 자금이 쏠리며 채권 등에서 가격 왜곡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증권사들이 종투사로서 따르는 투자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실질적으로 IB에 나서기보다 형식적인 수준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모험자본을 운용할 때 우량 채권 물량은 한정돼 있고 신용등급이 낮은 채권 매입도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증권사로서는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