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찬의 미·중 신냉전, 대결과 공존사이] 41. 관세전쟁 2라운드, ‘조급한 美 vs 느긋한 中’

입력 2025-04-16 18:55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수입의존 큰 美 ‘자충수’ 여론 커져
中 “시간은 우리편” 강공모드 대응

“예로부터 전쟁에 능숙한 자는 먼저 적이 승리하지 못하도록 만전의 태세를 갖추고, 아군이 승리할 수 있는 때를 기다려야 한다.” 손자병법 군형편(軍形篇)에 나오는 손자의 말이 지금 중국 지도부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지난 8년간 미국의 대중국 제재와 압박 속에 중국은 많은 실전 경험을 쌓으며 다양한 대응 시나리오를 준비해 왔다. 미국이 지난 10일 중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145%로 발표하자 중국은 다음날 뉴욕증시 개장 시간에 맞추어 대미 보복관세 125%로 대응했다. 양국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충돌하고 있다.

그런데 미중 간 2라운드 관세전쟁 모양새가 지난 트럼프 1기 때와는 전혀 다르다. 힘의 대결과 팽팽한 긴장감 속에 공세를 퍼붓던 미국의 조급함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145% 대중국 상호관세를 발표하면서, “시진핑 주석을 존중하고 오랜 친구다”라고 애기했다. 그리고 “중국과 합의하기 바라고, 양국 모두 좋은 결과로 끝날 것으로 생각한다”는 말까지 했다. 패권국과 도전국 사이에는 결코 양쪽 모두 좋은 결과가 나오기 어렵다.

트럼프 전략 ‘허장성세’라 일축

중국은 미국이 지칠 때까지 맞대응한다는 논리다. 중국 내부에선 시 주석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한 트럼프의 전략을 한마디로 145% 숫자의 ‘허장성세(虛張聲勢)’이고, ‘암장현기(暗藏玄机)’라는 사자성어로 일갈하는 분위기다. ‘암장현기’는 절묘한 계책이 숨어 있다는 의미로 ‘뻔한 수작 좀 그만해라(少來這一套)’라는 말과 함께 중국 SNS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미국의 145%와 중국의 125%는 정상적인 교역이 진행되지 않는 무의미한 수치로 미중 간 평등한 협상이 아닌 미국의 관세조치에 중국은 더 이상 응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 말에는 결국 시간은 중국 편이고, 미국 제재에 맞서는 다양한 대응 시나리오가 이미 준비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 국채 매도, 전략물자의 무기화, 미국기업 제재 등 다양한 대응 수단을 제외하고 단순히 양국 간 관세전쟁만 두고 보더라도 중국이 결코 조급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첫째, 수입의존도가 높은 미국 경제가 더 큰 피해를 본다는 것이다. 미국은 제조업이 취약한 국가로 일반 서민들이 필요한 물품이나 자원 대부분을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기 때문에 미중 간 관세전쟁은 결국 수출보다 수입이 훨씬 많은 미국이 더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에 의하면 트럼프 관세에 따른 물가 상승으로 미국 가계의 경제적 피해 규모가 연간 평균 2600달러로 대중국 관세 부과로 계산할 경우 미국 소비자 전체가 매년 800억 달러를 부담해야 한다. 여기에 145% 관세부과는 미국 소비자가 감당할 수 없는 터무니없는 수치로 이는 결국 트럼프의 정치적 리더십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각료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날 상호관세 부과에 맞대응하고 있는 중국을 향해 관세를 145%로 인상했다고 발표했다. 워싱턴DC/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각료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날 상호관세 부과에 맞대응하고 있는 중국을 향해 관세를 145%로 인상했다고 발표했다. 워싱턴DC/AFP연합뉴스
애플·월마트 장기간 버티지 못해

2024년 미국은 4389억 달러의 중국산 제품을 수입했는데 품목별로 보면 휴대폰·노트북 등 전자제품(22%), 가전(19%), 의류·신발(17%) 등 대부분 서민이 구매하는 제품들이다. 이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받는 회사가 바로 애플과 월마트다. 애플은 미중 간 1라운드 무역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의 불확실성이 심화되자 중국 내 공장을 베트남과 인도로 이전하고 있지만, 여전히 80%가 넘는 애플 제품이 중국에서 조립 생산되고 있다. 2024년 아이폰·아이패드·아이맥(iMac)·아이팟 등 다양한 애플 제품의 미국 내 판매금액이 약 1250억 달러인데 이 중 약 700억 달러에 해당하는 제품이 중국에서 수입된 것이다. 만약 145% 관세가 부과되면 애플 대부분의 제품가격이 2배 이상 올라갈 수밖에 없다.

결국 시간차를 두고 인플레이션이 심화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도 정치적 부담감이 커질 수 있다. 미국인들이 애용하는 월마트 물가도 상승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월마트가 전 세계에서 조달하는 제품 중 대략 60%가 중국산으로 2023년 중국에서 조달한 제품 금액만 300억 달러가 넘는다. 미국에서 휴지, 헤어번들 등 생활필수품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다.

둘째, 중국은 미국 수출의존도를 2018년부터 지속적으로 낮추며 대체 시장으로 아세안, 남미 등 국가로 수출을 다변화하고 있다. 중국 해관총서에 의하면 전체 수출에서 미국 의존도가 트럼프 1기 시절인 2017년 19.5%를 기점으로 매년 줄고 있다. 2023년 14.8%→2024년 14.7%→2025년 1~2월 기준 14%까지 줄면서 중국의 전체 무역흑자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30% 이하로 떨어졌다.

게다가, 중국의 대미 수출입을 주도하고 있는 기업 중 미국 기업의 비중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 중 상당 부분은 중국 내 미국 기업이 생산한 제품이 미국으로 수출되고 있기 때문에 그 영향도 매우 크다. 비록 중국 수출기업에 미칠 타격도 적지 않지만 수출다변화와 정부지원을 통해 중장기전으로 가면 이길 수 있다는 속내다. 작년 10월 국무원은 글로벌 환경의 불확실성 심화에 따른 중소기업에 대한 재정지원과 세금감면 관련 정책을 발표하며 장기전에 대비해 왔다.

시진핑 리더십 공고화 ‘역설적’

트럼프 2기의 제2라운드 관세전쟁은 역설적으로 중국에 결코 나쁜 것만은 아니다. 대내적으로는 14억 인민을 더욱 단결시킴으로써 시 주석의 공산당 리더십을 더욱 공고히 함과 동시에 중국 기업들의 수출다변화와 기술자립을 가속화시키는 계기를 만들어 준 셈이다. 대외적으로는 반(反)트럼프 국가연대를 구축할 수 있는 기회와 공간이 생겼다. 따라서 시 주석 입장에서 한편으로는 트럼프발(發) 관세전쟁이 고마울 수 있다.

미중 양국 간 무역전쟁은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고문의 ‘중국이 세상을 지배하는 그날(Death by China)’을 맹신한 트럼프의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미중 간 2라운드 관세전쟁이 치킨게임으로 치달으며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가고 있다. 세계경제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세계 1위와 2위 경제대국 간 관세전쟁의 여파는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 관세전쟁은 글로벌 생산·조달·유통 공급망을 흔들며 구조적 리스크로 확산될 것이다. 소재·부품·장비 중심의 연결형 무역국가인 한국에 미칠 직접적인 영향뿐만 아니라 중국 제조혁신과 밀어내기 수출로 인한 간접피해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중국경영연구소장

박승찬

중국 칭화대에서 박사를 취득하고, 대한민국 주중국 대사관에서 경제통상전문관을 역임했다. 미국 듀크대(2010년) 및 미주리 주립대학(2023년) 방문학자로 미중기술패권을 연구했다. 현재 사단법인 한중연합회 회장 및 산하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더차이나’, ‘딥차이나’, ‘미중패권전쟁에 맞서는 대한민국 미래지도, 국익의 길’, ‘알테쉬톡의 공습’ 등 다수.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쯔양·닥터프렌즈·닥터딩요와 함께하는 국내 최초 계란 축제 '에그테크코리아 2025' 개최
  • 흰자는 근육·노른자는 회복…계란이 운동 식단에서 빠지지 않는 이유 [에그리씽]
  • 홍명보호, 멕시코·남아공과 A조…'죽음의 조' 피했다
  • 관봉권·쿠팡 특검 수사 개시…“어깨 무겁다, 객관적 입장서 실체 밝힐 것”
  • 별빛 흐르는 온천, 동화 속 풍차마을… 추위도 잊게 할 '겨울밤 낭만' [주말N축제]
  • FOMC·브로드컴 실적 앞둔 관망장…다음주 증시, 외국인 순매수·점도표에 주목
  • 트럼프, FIFA 평화상 첫 수상…“내 인생 가장 큰 영예 중 하나”
  • “연말엔 파티지” vs “나홀로 조용히”⋯맞춤형 프로그램 내놓는 호텔들 [배근미의 호스테리아]
  • 오늘의 상승종목

  • 12.05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33,954,000
    • +0.14%
    • 이더리움
    • 4,547,000
    • +0.31%
    • 비트코인 캐시
    • 881,000
    • +4.45%
    • 리플
    • 3,037
    • +0.13%
    • 솔라나
    • 198,200
    • -0.15%
    • 에이다
    • 621
    • +0.16%
    • 트론
    • 430
    • +0.23%
    • 스텔라루멘
    • 360
    • +0.28%
    • 비트코인에스브이
    • 30,580
    • +0.53%
    • 체인링크
    • 20,900
    • +2.65%
    • 샌드박스
    • 215
    • +3.37%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