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년 동기 대비 1조원 가량 증가

중소기업 지원 비중이 큰 특수은행의 여신 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졌다. 미국발 관세 충격으로 격화하는 글로벌 무역 전쟁에서 생존 갈림길에 선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정책금융기관 역할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5일 은행통계정보시스템 ‘3월 은행통계월보’에 따르면 NH농협·IBK기업·한국산업은행 등 특수은행에서 이자 수입을 받지 못하는 무수익여신(3개월 이상 연체 여신+이자 미계상 여신)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5조8195억 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말(4조8275억 원) 대비 약 1조 원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무수익여신(NPL)은 3개월 이상 연체됐거나 이자를 계상하지 않는 여신으로 은행이 더 이상 이자 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자산이다. '떼인 돈'으로 여겨진다.
이들 특수은행의 전체 여신(1014조2644억 원) 대비 무수익여신 비율은 0.57%다. 같은 기간 일반은행의 무수익여신 비율(0.29%)의 두 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대출 비중이 높은 특수은행이 고금리와 경기침체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대출 자산의 질도 악화했다. 특수은행의 고정이하여신은 8조7654억 원으로 전년 동기(7조2860억 원) 대비 증가했다. 같은 기간 회수 가능성이 낮은 ‘고정’ 여신은 5조308억 원에서 6조2907억 원으로 급증했다. 향후 부실채권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자영업자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는 부실이 특수은행의 건전성을 압박하고 있다.
올해 1월 말 기준 특수은행의 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율은 1.0%로 2022년 말(0.4%) 대비 두 배 이상 올랐다. 중소기업 차주 가운데 1개월 이상 원리금을 연체한 비율도 2.7%로 2022년 말(1.1%)보다 크게 증가했다.
장기 불황의 그늘이 짙어지는 만큼 특수은행의 건전성은 계속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특수은행은 일반은행과 달리 정책금융의 성격을 띤 대출 상품을 많이 보유하고 있어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 자영업자 차주 비중이 높아 경기 민감도가 클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은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조치에 따른 기업 피해 최소화를 위해 재정과 정책·민감금융을 통한 방파제 마련을 추진할 방침이다. 미 상호관세 부과로 직접 영향을 받는 수출기업과 협력업체들에 원활히 자금공급을 할 수 있도록 금융사들의 자본을 보강할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무역규제, 관세 보복 등 대외 변수가 확대되고 중소기업 자금 공급이 막히면 실물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며 “특수은행들이 과도한 리스크에 노출되지 않도록 사전관리와 대손충당금 확충 등 방어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