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혈액제제 시장에서 양강 구도를 형성한 GC녹십자와 SK플라즈마가 해외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혈액제제는 국가가 나서 수급을 관리하는 필수 의약품인 만큼, 한국 기업들이 해외 수요를 성공적으로 확보할지 주목된다.
15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최근 SK플라즈마는 동남아시아, GC녹십자는 미국의 혈액제제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혈액제제는 사람의 혈장을 수집해 분획, 정제, 바이러스 불활화 및 제거공정을 거쳐 생산한 의약품이다. 전 세계적 감염병이 확산하면 원료 확보에 차질이 발생한다. 따라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혈액제제 공급 안정성을 갖추기 위한 각국 정부의 노력이 확대되고 있다.
SK플라즈마는 인도네시아 현지에 생산 거점을 구축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국부펀드와 합작법인 SK플라즈마코어를 설립, 자카르타 카라왕 산업단지에 2026년 4분기 가동을 목표로 연간 60만 리터의 혈장을 분획할 수 있는 혈액제제 생산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앞서 2023년 10월 인도네시아 국부펀드와 SK플라즈마는 인도네시아의 혈액제제 자급화를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결정하고 합의서를 체결했다.
현지 생산 본격화에 앞서 혈액제제 수탁생산(CMO)도 시작했다. 이달 10일 국내 SK플라즈마 안동공장에 처음으로 인도네시아 혈장을 들여왔으며, 상반기 알부민과 면역글로불린 등 2개 제품 생산에 본격 투입된다. SK플라즈마는 현지 공장 완공 전까지 CMO 형태로 인도네시아에 완제품을 공급할 계획이며, CMO와 동시에 안동공장에서 인도네시아 현지 인력에 대한 기술이전 교육도 병행한다.
SK플라즈마는 현재 싱가포르에도 CMO 형태로 혈액제제를 공급하고 있다. SK플라즈마가 2021년 싱가포르 국립혈액원으로부터 전체 물량을 위탁 생산하는 사업자로 선정되면서다. 계약에 따라 SK플라즈마는 2023년 4분기부터 싱가포르에 최대 6년간 총 3000만 싱가포르 달러(약 324억4890만 원) 규모의 혈액제제를 독점 공급 중이다.

GC녹십자는 미국 시장 진입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일차 면역결핍증 치료제로 쓰이는 면역글로불린 ‘알리글로(ALYGLO)’를 앞세워 점유율 확보에 한창이다. 알리글로는 2023년 1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품목허가를 획득했으며, 지난해 8월부터 미국 자회사 GC바이오파마 USA를 통해 직접 판매를 시작했다. 알리글로는 시그나 헬스케어, 유나이티드 헬스케어, 블루크로스 블루쉴드 등 미국의 대형 보험사 처방집에 이름을 올려 처방에 유리한 지위를 얻었다.
GC녹십자는 미국 내에서 알리글로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1380억 원을 투입해 ABO홀딩스를 인수했다. ABO홀딩스는 뉴저지, 유타, 캘리포니아 등 3개 지역에서 총 6곳의 혈액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텍사스주에 추가로 설립하고 있는 혈액 센터 2곳을 포함하면 총 8곳의 혈액센터를 확보해, 미국 내에서 안정적인 원료 수급이 가능할 전망이다.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롯해 대부분 국가에서는 혈액제제를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하고, 수급량을 유지하기 위한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알부민은 과다 출혈에 따른 쇼크를 치료하는 데 사용되기 때문에 큰 출혈이 예상되는 수술 시에 반드시 보유해야 한다. 또한 면역글로불린은 선천적 면역결핍질환 및 다양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로 사용돼, 수급이 불안정해질 경우 면역질환자들의 피해가 불가피하다.
수요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전 세계 혈액제제 시장도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IMARC에 따르면 전 세계 혈액제제 시장 규모는 2023년 444억 달러(약 63조480억 원)로 추산됐으며, 2032년까지 649억 달러(약 92조1644억 원)에 이를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