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률 2.04% 중 수출이 1.93%p 기여…5년 중 최고치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세계 각국을 상대로 부과한 상호 관세가 9일 본격 발효되면서 한국 경제에 비상이 걸렸다.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에 국제유가는 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원·달러 환율은 1500원 대 초읽기에 들어갔다. 지난해 수출이 우리나라 경제에서 차지한 기여도와 비중은 5년 내 최고 수준에 달했다. 수출로 먹고 사는 한국 경제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이날 발표한 ‘2024년 수출의 국민경제 기여 효과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2.04% 중 수출의 기여도는 1.93%포인트(p)로 분석됐다. 이는 최근 5년 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실질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36.3%로 2020년대 들어 가장 높았다. 한국의 GDP 대비 수출액 비중은 GDP 상위 20개국 중 네덜란드(73.4%), 스위스(47.4%)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지난해 내수 침체에도 우리 경제가 플러스 성장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수출 덕분이었다.
수출은 국내 생산·부가가치 측면에서도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 작년 우리나라 수출의 생산유발액은 전년 대비 6.9% 증가한 1조3012억 달러(약 1934조 원)로 집계됐다. 이 역시 2020년대 들어 최고치다. 총수출이 국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부가가치율은 56.3%로 2023년 대비 0.9%p 상승했다.
자동차와 반도체가 수출 효과를 주도했다. 자동차의 생산유발액은 2365억 달러(약 352조 원)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반도체 1854억 달러(약 276조 원), 일반기계 771억 달러(약 115조 원) 순이었다. 품목별 부가가치 유발액은 반도체 789억 달러(약 117조 원), 자동차 579억 달러(약 86조 원)에 이른다.
하지만 효자 수출품목인 자동차와 반도체가 직간접적인 관세 영향권에 들어가면서 ‘0%대’ 경제성장률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이날 발표한 ‘2025년 아시아 경제전망’에서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5%로 제시했다. 4개월 만에 0.5%(p) 대폭 하향조정한 것이다. 1.2%에서 0.9%로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췄던 JP모건은 0.7%로 일주일 만에 또 내렸다. 씨티는 1.0%에서 0.8%로, 영국 리서치회사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1.0%에서 0.9%로 올해 일제히 하향조정했다.
환율과 유가 등 수출을 둘러싼 경제여건도 연일 최악을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관세전쟁 격화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에 국제유가는 급락세다.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배럴당 6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펜데믹 기간이었던 2021년 4월 이후 처음이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장중 1487원을 돌파하며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 16일(1492원) 이후 16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3시30분 종가 기준으로는 전일 대비 10.9원 오른 1484.1원으로 장을 마쳤다.
유서경 무협 수석연구원은 “수출의 높은 경제 성장 기여도는 우리 경제가 수출 주도 성장 전략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함을 시사한다”며 “수출이 지속적으로 우리 경제에 기여하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국민소득 증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수출 경쟁력 강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