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원 회장 "아이스하키 팬들에게 감사 마음 담아"

최근 정몽원 HL그룹 회장의 30년 아이스하키 여정을 담은 에세이 '한국도 아이스하키 합니다'가 출간됐다. HL 안양 아이스하키단 구단주인 정 회장은 지난 30년간 한국 아이스하키의 성장과 함께한 인물이다. 이번 책은 그의 개인적 경험을 넘어 한국 아이스하키 역사 그 자체를 진솔하고 담담하게 담아낸 기록이다.
8일 출판계에 따르면 이번 책 제목은 2022년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명예의 전당 헌액을 위해 핀란드로 향하던 비행기 안에서 들은 승무원의 한 마디에서 비롯됐다. "한국도 아이스하키를 합니까?"라는 질문을 들었을 때, 정 회장은 "죽비로 호되게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었다"고 회고했다.
정 회장이 아이스하키와 처음 인연을 맺은 건 1990년대 초반이었다. 당시 회사에는 영 보드(Young Board)라는 제도가 있었는데, 젊은 사원들이 이사회 같은 조직을 구성해 사업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어느 날 '찬 바람 내는 스포츠인 아이스하키로 찬 바람 마케팅 효과를 내보자'는 아이디어가 올라왔다. 당시 한국엔 실업 아이스하키팀이 전무한 상황. 정 회장은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하고 뚫고 나가는 우리 회사 전통과도 부합된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탄생한 HL 안양은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거센 파고 속에서도 해체되지 않고 살아남은 한국 유일의 실업 아이스하키팀이 됐다. 창단 이후 일본·러시아·중국 팀들과 맞붙는 아시아리그에서 총 8회의 우승을 차지하며 아시아 최고의 명문 구단으로 자리매김했다.
정 회장은 2013년부터 2021년까지 대한아이스하키협회 회장을 역임하면서 한국 아이스하키의 국제화를 위해 동분서주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는 남녀 대표팀 모두 본선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그리고 2020년 2월 그는 한국인 최초로 IIHF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정 회장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한국 아이스하키가 생존할 수 있었던 것은 팬들 덕분"이라며 "우리 아이스하키를 지켜준 분들께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또 새롭게 아이스하키에 관심을 갖는 팬이 단 한 분이라도 늘어나는 데 도움이 되고 싶은 희망을 갖고 이 책을 펴냈다"라고 밝혔다.
책에는 HL 안양과 국가대표팀 중심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스포츠 비즈니스와 외교 현장에서의 흥미로운 에피소드들도 수록돼 있다. 특히 아이스하키가 낯설거나 어렵게 느껴지는 독자들을 위한 관람 포인트도 실렸다.
이런 생생한 경험들은 '한국도 아이스하키 합니다'를 단순한 자서전의 범주에서 벗어나게 한다. 실패와 좌절 속에서 이뤄낸 작지만 소중한 성취의 과정들이 진솔한 언어로 담겼다.
무엇보다 이 책은 한국 스포츠 역사 속에서 비주류로 머물러 있던 아이스하키라는 종목이 조금씩 중심으로 스며드는 과정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