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인공지능(AI) 패권을 두고 총력전을 벌이는 가운데 한국은 오히려 AI 투자 규모를 줄이며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AI 3대 강국을 실현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지만 AI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인 기술, 투자, 인재 3가지 분야 모두 글로벌 선두권과 격차가 뚜렷한 상황이다.

미국 스탠퍼드대 인간중심AI연구소(HAI)가 7일(현지시간) 발표한 ‘AI 인덱스 보고서 2025’에 따르면 한국의 AI 민간 부문 투자는 13억3000만 달러로 전년(13억9000만 달러)보다 줄었다. 투자 규모 순위도 9위에서 11위로 하락했다.
이는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이 AI 패권을 잡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는 상황과는 대조적인 흐름이다. 미국의 지난해 투자액은 1099억 달러로 전년 대비 63%나 증가했으며 중국도 전년보다 28% 늘어난 93억 달러를 투입하며 AI 기술 패권 경쟁에 사활을 거는 모양새다.
정부 투자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올해 우리 정부의 전체 예산 중 AI 관련 예산은 1조8000억 원으로, 전체의 0.27%에 불과하다. 반면 중국은 1917억 위안(약 38조 원), 미국은 200억 달러(약 29조 원)를 AI 분야에 투입하며 규모 면에서 큰 격차를 보인다.
지난해 세계적으로 주목할 만하다고 평가 받은 국산 AI 모델도 미·중 대비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주목할 만한 AI'를 가장 많이 배출한 국가는 40개를 기록한 미국이다. 중국이 15개로 뒤를 이었고, 프랑스는 3개였다. 한국과 캐나다, 이스라엘 등은 1개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AI로 유일하게 포함된 모델은 LG AI연구원의 ‘엑사원 3.5’인 것으로 파악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 LG의 ‘엑사원’, 삼성전자의 ‘가우스’, 코난테크놀로지의 ‘코난 LLM’, 엔씨소프트의 ‘바르코’ 등 다수의 자체 파운데이션 모델을 보유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쟁력 있는 모델이 적다는 지적이 나온다.
AI 인재 유출도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링크드인 기준 한국의 AI 인재 이동 지표는 -0.36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국내를 떠나는 인재가 유입되는 인재보다 더 많다는 의미다. 해당 통계를 발표한 48개국 중 한국보다 수치가 낮은 나라는 터키, 인도, 이스라엘, 헝가리 단 4개국에 불과하다. 2020년까지만 해도 이 지표는 0.3으로 유입이 더 많았으나 최근 몇년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AI 경쟁에서 한국이 뒤처지지 않으려면 규제 중심 접근법을 전환하고 진흥 정책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정부는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기술인 인공지능(AI) 경쟁력 강화에 3~4조 원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투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올해 추경 편성이 되지 않아 GPU를 확보하지 못하면 한 4년 뒤처진 꼴이 될 것”이라며 “2030년까지 (AI 선도국을) 거의 따라잡기 힘들어진다”고 호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