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엘린은 뉴런(신경세포)이 다른 뉴런에게 신호를 전달하기 위해 내뻗은 가지인 축삭을 감싸는 물질로 흔히 전선의 피복에 비유된다. 지방이 풍부한 미엘린은 절연체 역할을 해 뉴런의 전기신호가 새지 않고 빠르게 전달되게 할 뿐 아니라 축삭을 보호하고 영양을 공급하는 역할도 한다. 축삭은 최대 1m까지 뻗어있으므로 뉴런 세포체에서 제대로 돌볼 수 없기 때문이다.
질병이나 노화로 미엘린이 손상되거나 부실해지면 뉴런의 신호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그 결과 인지나 운동에 장애가 생길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다발성경화증으로 면역계가 착각해 미엘린을 공격해 파괴하면서 감각 이상과 운동 장애가 생기는 자가면역질환이다.
지난달 학술지 ‘네이처 대사’에는 미엘린의 새로운 기능을 밝힌 연구 결과가 실렸다. 마라토너 뇌의 미엘린 함량을 분석한 결과 경기가 끝난 뒤 꽤 줄어들었고 그 뒤 서서히 회복돼 두 달 뒤에 원래 수준으로 돌아갔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미엘린이 에너지원으로 소모돼 부실해지면 뉴런이 제 기능을 못하는 것 아닐까. 이번 연구에 따르면 소모량은 그 정도가 아니고 시간이 지나면 회복되므로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에너지 결핍이 지속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실제 영양실조인 어린이는 뇌 발달이 저하되고 신경성식욕부진(거식증) 환자들도 인지 장애가 생긴다.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환자가 늘고 있는 치매는 여성의 발병률이 남성의 2배다. 여성 수명이 더 길다는 점을 고려해 조정해도 여전히 여성이 높다. 그런데 그 배경에 여성호르몬과 미엘린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50세 무렵 폐경이 오면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젠 수치가 뚝 떨어지는데 이때 여성 절반 정도가 기억력 감소 같은 인지 장애를 느낀다. 연구 결과 에스트로젠이 줄면 뇌세포가 에너지원인 포도당을 흡수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이를 보충하기 위해 미엘린을 소모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 결과 중년 여성은 남성에 비해 뇌 포도당 대사가 22% 낮고 뇌 백질(주로 미엘린)의 부피가 11% 작은 것으로 드러났다.
안면홍조 같은 폐경기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1~3년 호르몬대체요법을 받은 여성은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 위험성이 40%나 낮아졌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다만 미엘린이 부실해지는 게 바로 치매로 이어지는 건 아니고 아포이(APOE) 유전형 같은 유전적 요인과 생활 습관 등 여러 원인이 합쳐진 결과다.
등푸른생선에 풍부한 오메가3 지방산인 DHA와 EPA는 미엘린 손상을 회복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중노년 여성들에게 붉은 육류 섭취를 줄이고 등푸른생선을 즐겨 먹는 게 뇌 건강을 지키는 실천하기 쉬우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