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선 관심 온통 F&B…백화점은 휘청
실적 개선안 부재 속 비판 가중

한화갤러리아가 운영 중인 갤러리아백화점의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명품 명가(名品 名家)’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상 수장인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미래비전총괄 부사장이 작년부터 올해까지 식음료(F&B) 사업에 매진, 백화점 본업 경쟁력을 잃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김 부사장은 F&B 사업 포트폴리오에 지대한 공을 들이고 있다. 김 부사장이 담당하는 한화 유통서비스부문 계열인 한화호텔앤드리조트를 통해 급식·식자재 전문기업 아워홈 인수를 마무리하면서 F&B 사업은 더욱 날개를 달 전망이다.
김 부사장은 5월 한화그룹에 편입된 이후 아워홈의 첫 공식 행사인 '비전 선포식'에 참석, 식품 시장에서 다양한 성과를 낸 아워홈의 시장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화 유통 서비스 부문과 협업해 더 나은 아워홈을 만든다는 구상을 밝혔다.
특히 그는 △밸류체인 확대를 통한 원가 절감 △생산 물류 전처리 효율화 △세계 최고 수준의 주방 자동화 기술력 확보 등을 통해 아워홈의 시장 경쟁력을 대폭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이와 함께 그가 주도하고 있는 한화로보틱스, 한화푸드테크 등과 함께 ‘주방 자동화’ 등 기술을 접목한 비즈니스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아워홈이 조직 안정화를 이루기 전까지 ‘무보수’ 업무를 선언한 김 부사장은 “기업가는 장사꾼과 달리 사업을 통해 세상을 이롭게 해야 한다”면서 “이윤만을 좇기보다는 의미와 가치를 찾을 수 있는 비즈니스를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다 김 부사장은 같은달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데오 거리에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 ‘벤슨’의 첫 매장 ‘벤슨 크리머리 서울’까지 선보이며 F&B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김 부사장의 외식 사업은 2023년 ‘파이브가이즈’를 시작으로 본격화됐다. 2023년 6월 서울 강남에 1호점을 낸 파이브가이즈는 현재 5호점을 운영 중이다. 김 부사장은 수원 영통구 하동에 있는 갤러리아백화점 광교점에 파이브가이즈 6호점 오픈을 준비 중이다.
이어 작년 3월 미국 로봇 피자 브랜드 스텔라피자를 인수한 데 이어 9월 음료제조업체 퓨어플러스도 인수했다. 또 한화갤러리아는 올해 경기도 포천에 F&B 공장도 짓는다. 이곳에서 생산될 상품은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지만 아이스크림 등 다양한 F&B 상품이 생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김 부사장의 관심이 온통 F&B 사업에 쏠리면서 정작 한화갤러리아의 본업인 백화점 사업은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갤러리아백화점의 지난해 매출은 2조7991억 원으로 전년 대비 3.8% 감소했다. 특히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있는 갤러리아 명품관(-1.5%)을 비롯해 광교점(-12.9%), 타임월드점(-7.5%), 진주점(-3.2%), 센터시티점(-2.9%) 등 전 점포의 매출이 일제히 하락했다. 이에 따라 2년 연속 전 점포 매출 내림세를 이어갔다.
업계는 갤러리아백화점의 2년 연속 전 점포 매출 하락은 예견된 결과로 본다. 변화에 대응하지 않고 뚜렷한 실적 개선안도 없었던 탓이다. 갤러리아백화점은 줄 곳 ‘명품 백화점’만을 강조해왔다.
이는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 현대백화점 등 경쟁사가 체험 콘텐츠를 강화하는 등 적극적인 변화를 시도한 것과 대조적이다. 고물가에 명품 수요가 줄어든 데에다가 차별화된 쇼핑 콘텐츠가 부재하면서 갤러리아백화점의 경쟁력이 크게 악화했다는 게 업계 안팎의 평가다.
갤러리아백화점의 부진은 시장 점유율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국가통계 포털에 따르면 갤러리아백화점의 2022년 시장 점유율은 7.8% 수준이었지만 2024년 3분기 기준 6.4%로 2년 새 1.4%포인트 하락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파이브가이즈 사업, 그리고 최근까지의 인수 등을 보면 유통업보다 F&B에 관심이 더 크다는 걸 확연하게 알 수 있다”며 “한화갤러리아의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백화점 사업은 뒷전인데, 주주들 불만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