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차량 추가 투입하니 더 혼잡한 김포골드라인

입력 2024-09-10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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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도시철도(김포골드라인)가 또 콩나물시루가 되고 있다. 어제 경기도 김포시에 따르면 이달 초 김포골드라인의 출근 시간대(오전 7∼9시) 최대 혼잡도는 208%로 국내 지하철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으로 파악됐다. 2량짜리 꼬마열차에 정원 172명의 2배가 넘는 승객들이 꽉꽉 들어찼다.

김포골드라인은 지난달 말 2개 편성 4량이 증차돼, 기존 24편성 48량에서 26편성 52량으로 재편됐다. 출근 시간대 배차 간격이 2분 40초로 10초 단축됐다. 7~8월 190% 수준이던 최대 혼잡도가 완화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결과는 정반대다. 개학기를 맞아 이용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김포골드라인은 ‘지옥철’로 악명이 높다. 지난해 최대 혼잡도가 244%에 달하기도 했다. 대체 교통수단 운영 등 땜질 대책이 나왔지만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김포시는 앞으로 2개 편성을 추가해 배차 간격을 2분 30초까지 줄일 예정이다. 하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다. 지옥철 통근족이 피부로 느낄 수 있게 획기적 대안을 마련하려면 열차 편성당 차량 대수를 늘리는 것이 급선무지만 이것이 불가능하니 탈이다. 전철역 승강장 자체가 2량 규모(33m)로 지어져서다.

김포골드라인은 2011년 계획 당시엔 중전철(6∼10량)인 서울 9호선을 김포로 연장하는 방안이 유력시됐다. 하지만 김포시는 건설비 부담을 덜고 사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 경전철로 방향을 틀었다. 국비 지원 절차도 밟지 않았다. 한강신도시 입주민들이 낸 교통분담금 1조2000억 원과 자체 예산 3000억 원으로 사업비를 충당했다. 결국 재정 부담 때문에 차량 편성마저 4량에서 2량으로 줄였다. 가장 치명적인 것은 승강장의 여유조차 두지 않았다는 점이다. 교통 공학의 기본도 모르는 졸속이다. 신도시 개발로 인구가 늘고, 통근족도 폭증하면 어찌 대처할지에 대한 중장기 통찰과 고려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잘못된 수요 예측과 무리한 추진으로 인해 지역사회의 애물단지가 된 경전철은 김포골드라인만이 아니다. 2012년 개통한 의정부경전철은 3600억 원의 누적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4년 10개월 만에 사업자가 파산했다. 이용자가 사전 예측보다 워낙 적어서였다. 의정부시는 최소운영비보전(MCC) 협약에 따라 새 사업자에게 2022년에만 225억 원을 지급했다. 용인시, 김해시 등도 매년 수백억 원의 경전철 운영비를 보전한다.

졸속 사업 추진은 세금 낭비만 부르는 게 아니다. 김포시민들은 출퇴근 일상에서 불안에 시달린다. 어지럼증, 호흡곤란 증상 등을 호소해 응급처치를 받는 일이 빈번하다. 열차 급정거 등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어떤 끔찍한 사고가 발생할지 상상하기 두렵다. 지옥철과 같은 사례들의 껍질을 벗기고 보면 그 안에선 대개 지역 정치와 선거, 포퓰리즘이 지독한 악취를 풍기고 있기 일쑤다. 시민들이 포퓰리즘 정치에 휘둘리면 대한민국 곳곳은 추가 차량을 배치해도 콩나물시루가 되거나 세금 블랙홀이 되는 지옥철로 도배되는 신세가 될 수밖에 없다. 시민들이 경각심을 갖고 말도 안 되게 좁은 승강장이 들어서기 전에 ‘노’라고 외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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