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계열분리 수순 밟기 시작됐나

입력 2009-06-29 16:36 수정 2009-06-29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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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주), SK케미칼 보유 SK건설 주식 4140억에 인수키로 결정

SK그룹의 지주회사인 SK㈜가 SK케미칼로부터 SK건설을 인수함에 따라 SK그룹이 본격적으로 계열분리 수순 밟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SK㈜과 SK케미칼 양사는 지난 26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SK케미칼이 보유한 SK건설 지분 40%(811만8000주)를 SK㈜가 인수키로 했다. 주당 가격은 5만1000원으로 총 인수대금은 약 4140억1800만원이다.

이에 따라 SK케미칼의 SK건설 지분은 365만8718주(15.38%)로 줄어 최대주주에서 2대주주가 됐으며 SK건설은 SK㈜ 자회사로 편입됐다.

이번 딜에 대해 업계에서는 사촌간인 최태원 회장·최재원 부회장과 최신원 회장·최창원 부회장이 사실상 계열 분리에 나섰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동안 현재 SK그룹은 '따로 또 같이'란 모토로 2대 회장인 고 최종현 회장(고 최종건 회장의 동생)의 장남인 최태원 회장이 그룹 회장으로서 동생인 최재원 SKE&S 부회장과 함께 대부분의 계열사를 책임지고 있었다. 한편 최종건 회장의 차남인 최신원 회장은 SKC·SK텔레시스 등을, 3남인 최창원 부회장이 SK케미칼·SK건설을 맡아 사촌형제들이 공동 경영을 해 왔다.

그러나 자원개발, U-시티 사업 등의 사업 추진을 위해 기존 사업회사들과 건설분야의 유기적 결합이 절실한 SK와 친환경 신소재와 생명과학 분야 사업 강화, 신규사업 등을 위해 자금이 필요한 SK케미칼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계열분리 수순을 밟고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실제로 최태원 회장·최재원 부회장과 최신원 회장·최창원 부회장은 사촌지간으로 그동안 계열분리설이 끊이지 않았다. 그룹 내부에서도 시기상의 문제일 뿐 계열분리는 당연한 수순이라는 반응을 보여왔다.

업계에서는 SK케미칼이 이번 거래로 4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확보한데다 지난해 수원 공장 매각 자금 4152억원도 보유하는 등 총 8000억원의 여유자금이 생기면서 몸집 불리기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조승연 LIG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SK건설과 SK증권 지분 매각으로 SK케미칼과 SKC는 총 460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으며 이 자금은 부채 감축과 함께 지속적으로 제기되어온 계열 분리에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며 "아울러 인수·합병(M&A)로 몸집 불리기를 마무리하면서 자연스럽게 계열분리로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K케미컬은 최근 태양광 발전의 핵심 소재인 폴리실리콘 사업 진출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최근 최신원 SKC 회장이 SK텔레시스를 통해 휴대전화 사업을 시작하는가 하면, 앤츠개발에 SK텔레시스가 막대한 자금을 지원해 왔다. SK텔레시스는 최 회장이 경영하고 있는 SKC의 자회사이고, 앤츠개발은 SK그룹 계열사이지만 사실상 최 회장의 개인 회사 성격이 강하다.

특히 SK텔레시스의 휴대전화 사업 진출은 SK그룹이 4년 전인 2005년에 '스카이(SKY)' 브랜드로 휴대전화 단말기를 제조하던 SK텔레텍을 팬택에 넘기고 휴대전화 생산을 접었던 것과 반대되는 결정인 것. 따라서 최신원 회장이 SKC 외에도 SK텔레시스의 몸집을 SK그룹의 다른 핵심 계열사처럼 키우려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상품종합 도매업체인 앤츠개발은 최신원 회장인 90.91%의 지분을 갖고 있어 최 회장의 개인 회사나 마찬가지다. SK그룹의 지원뿐만 아니라 상장시에는 시세 차익으로 최신원 회장이 엄청난 자금을 확보할 수 있어 계열분리를 위한 '실탄'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SK그룹 체제 아래에 있는 화학 계열사인 SKC를 SK케미칼이 인수하는 등 후속 거래가 있을 수 있다"며 "이는 SK케미칼과 SKC가 펼치고 있는 태양광, 바이오, 기능성 소재 사업에 있어 동반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과 동시에 관련 성장 동력 확보에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오너 일가들이 무한정 그룹 내에서 공동으로 경영에 나설 수 없다"면서 "결국 세대가 내려가면서 자연스럽게 하나둘씩 분리된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아직 계열분리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계열분리를 위해서는 수익구조가 튼튼해야 하지만 아직 최신원 회장과 최창원 부회장의 회사들은 수익구조가 취약하다"면서 "계열분리가 쉽지 않은 만큼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이 문제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SK그룹 관계자는 "이번 지분매각 건을 통해 계열분리까지 연결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면서 "U-시티 등의 사업 추진에 있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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