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권 시대 본격 개막"

입력 2009-06-22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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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경제생활 어떻게 바뀔까?

#전문

오는 6월 23일부터 5만원권 지폐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유통을 앞두고 있다. 지난 1973년 현행 최고액 화폐인 1만원권이 발행된 이후 무려 36년 만에 새로운 최고액권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1만원권이 발행될 당시부터 현재까지 소비자물가는 14배, 1인당 국민소득은 무려 110배나 뛰어 올랐다. 사실, 현재 1만원으로 두 사람이 점심 한 끼 식사값을 해결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과거와 달라진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에 걸맞게 등장하게 된 최고액권인 5만원권 시대가 우리 경제생활에 앞으로 얼마나 크고 작은 변화를 가져올까?

#본문

"아무래도 1만원짜리 5장을 지갑에서 빼내는 것보다 5만원짜리 1장을 지감에서 빼내는 것이 쉬울 것 같아 과소비를 하게 될 까 두렵네요"- 30대 직장인 김 모씨.

"10만원짜리 수표는 사실 그동안 갖고 다니기도 불편했고 서명이나 주민등록번호를 써야 해서 사용하기도 부담스러웠다. 5만원권이 나오면 쓰기는 편할 것 같아요"- 20대 자영업자 박 모씨.

"은행에 10만원권 수표를 맡길 때도 당일 날 찾지 못하고 다음날 찾을 수 있는 점도 불편했다. 1만원권을 한 다발 들고 다니기 위험했는데 5만원권 덕분에 가벼워지고 현금화도 더욱 빨라질 것 같아 기대된다"- 50대 주부 전 모씨.

"기본요금 거리 밖에 안 나오는 가까운 거리를 이동하고 손님이 5만원권을 내면, 잔돈 부담이 이만저만 아닐 것 같습니다. 당분간 돈을 내미는 손님이나 저나 적잖이 당황스러울 것 같네요"- 50대 택시기사 문 모씨.

이처럼 사용자 입장에서는 거래 편의성이 증대되는 한편으로 높아진 씀씀이가 부담스러워 지는 게 5만원권 시대를 앞둔 우리의 현실이다.

그러나 지급결제 수단이 추가되는 만큼, 일상 생활에서 이뤄지는 화폐 거래에 있어서는 적어도 '편의성'이 증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당장 1만원권을 여러 장 들고 다닐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10만원 자기앞수표 사용에 따른 불편함도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예상되고 5만원권 유통 확대로 인한 수표의 상대적인 사용 감소로 은행권의 수표 관리비용 역시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시중은행권의 한 영업부 과장은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사용된 자기앞수표는 10억9000만장으로 집계됐다"며 "이 가운데 10만원권이 무려 9억3000만장으로 비율로 치면 사실상 90% 이상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5만원권 유통이 우리 생활경제에 상당히 자리잡게 될 오는 2010년이나 2011년의 쯤에는 자기앞수표의 90% 이상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동안 최고액권 역할을 담당하던 1만원권에 대한 수요도 점차 줄어들 전망이다.

10만원권 자기앞수표와 마찬가지로 지난해 시중에 유통된 지폐의 90% 이상이 1만원권이었다는 점에서 1만원권 수요 감소는 지폐 제조 및 관리 비용 감소 효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5만원권이 나오면 1만원짜리 지폐의 약 40% 가량은 사용일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5만원권 발행으로 기존 10만원짜리 수표와 1만원권 지폐 사용액의 일정 부분이 줄어들게 돼 은행의 수표 발행 비용과 한은의 화폐 발행 비용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5만원권의 유통이 가져올 거래의 편이성이나 관리 비용 절감 등과 같은 장점과 더불어 과소비와 물가 상승 우려와 같은 단점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고액권이 발행되면 기본 사용 금액 단위가 높아지게 돼 과소비가 조장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진다.

다시 말해, 기존의 최고액권인 1만원권이 갖는 화폐 가치와 새롭게 등장할 5만원권간의 심리적 착시 현상 때문에 소비 규모가 자연스럽게 커질 수 밖에 없다는 논리다.

일례로 5만원권 발행에 따른 세뱃돈이나 각종 축의금 등과 같은 경조사비 지출 단위가 높아질 것이라는 여러 설문 조사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유통업체들도 5만원권에 맞는 제품 사양과 성능으로 개선시켜 가격을 인상하고 가격 산정이 자유로운 외식서비스업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5만원권에 걸맞는 상품 개발을 통해 자연스럽게 제품 소비를 유발시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실제로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5만원권 시대의 개막으로 소비자들의 지갑에 들어가는 현금 총량 규모가 과거와 달리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수표와 달리 거래의 편의성까지 갖춘 고액권이라는 점에서 불경기 소비 활성화로 인한 내수 진작이라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물가를 크게 끌어 올릴 수 밖에 없다는 우려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고액권 발행이 당장의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잘라 말했다.

한은 관계자는 이에 "과거 유럽의 경우, 유로화 고액권이 등장했을 때도 물가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고 우리나라의 경우도 1만원권이 발행될 당시 생활의 불편함은 다소 있었지만 물가 상승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었다"며 "5만원권 발행으로 인한 당장의 물가 급등 전망은 논리적 근거가 약하다"고 말했다.

이밖에 고액 화폐 유통에 따른 뇌물과 비자금의 전달이 쉬워져 불법 자금의 단위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와 5000원권과 유사한 색깔과 크기로 인한 범죄 악용 우려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국가청렴위원회에 따르면 고액권이 뇌물수수나 비자금조성, 범죄수단 등으로 사용될 것을 우려하는 의견을 발표하기도 했다.

한편, 5만원권에 대해 더욱 자세히 알고 싶다면 한국은행 홈페이지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15일 새롭게 시중에 유통될 5만원권에 대한 디자인과 주요 위조방지장치, 영상자료 등을 담은 5만원권 안내방을 홈페이지(www.bok.or.kr)에 개설했다.

이 안내방에는 '5만원권이 다른 지폐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 '5만원권 주조색을 황색으로 정한 이유', '5만원권에는 어떤 위조방지장치가 적용돼 있나', '시각장애인은 5만원권을 어떻게 구별할 수 있나' 등 일반인들이 자주 묻는 질문에 대한 설명이 자세히 나와 있다.

이와 더불어 빠른 번호 화폐를 한은 본점에서 선착순으로 공급하는 관례는 앞으로 사라질 전망이다.

한은에 따르면 새롭게 발행되는 5만원권 중 1번부터 100번까지는 한은 화폐금융박물관에 전시하고, 101번부터 2만번까지는 인터넷 경매에 부친다는 계획이다.

이후 번호부터는 시중은행, 특수은행, 지방은행 본점과 우정사업본부를 대상으로 무작위로 발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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