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풍경] 진료실 앞 막막한 환자들

입력 2024-04-0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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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진료를 위해 대학병원 소화기 내과를 방문했다. 큰 문제 아닌 진료였는데 그날 담당 교수님의 진료가 암센터에서 있어서 암 환자들 틈에서 순서를 기다렸다. 이렇게 많은 암 환자가 있는지 몰랐다. 내가 의뢰한 암 환자들도 이곳에 와서 주변에 온통 암 환자뿐인 대기실에서 막막하게 순서를 기다렸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모자를 눌러 쓴 사람들, 병색이 완연한 사람들, 초조하게 어디엔가 전화하는 보호자들, 그 대열에 어색하게 있으면서 진료를 기다리다 차례가 되어 진료실로 들어갔다. 복잡한 암 환자들 사이에서 별문제 없는 우리를 본 교수님도 한시름 놓고 여유를 찾는 모습이었다. 몇 가지 물어보고 처방받아 진료실을 나섰다.

처방전을 기다리는 사이에 어떤 여성분이 말을 걸어왔다. 우리보다 먼저 진료실에 들어갔던 환자였다. 그녀는 다짜고짜 자기의 병에 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저는 위암이라고 해서 여기 왔어요. 큰 병원에 가보라고 해서… 조직검사가 미분화 암이라고 하네요. 제가 찾아봤더니 미분화암은 예후가 안 좋아서 수술해야 한다고 해서 왔는데 방금 진료 본 교수님께선 내시경 시술로 제거하자고 하시네요. 그리고 수술할지 내시경 시술로 할지 저보고 결정하라고….” 그리고 그녀보고 잠깐 밖에서 생각해보고 결정하라고 했다고 한다.

그렇게 밖으로 나온 그녀 다음에 우리가 들어갔고 별거 아닌 문제로 방문한 평안한 얼굴의, 그리고 아주 짧은 진료를 마치고 나온 우리가 그녀의 눈에는 어려운 암 치료를 잘 마친 환자로 보였나 보다. 유경험자에다 치료를 성공적으로 마친 것 같아 보이는 우리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속속들이 전한 것이다.

보호자 없이 혼자 온 그녀, 암이라는 사실도 청천벽력이고 수술과 내시경 시술의 차이가 뭔지도 몰라 생각도 정리가 안 되고 생각도 할 수 없는 상황인데 그래도 생각해 보고 결정하라고 하니 그녀의 눈에선 곧 눈물이 터질 것 같았다. 나는 의사라고 밝히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조언을 해 드렸다. 그리고 내 환자들을 떠 올렸다. 대학병원에 가 보시라고 보냈던 많은 환자들, 그들도 이렇게 막막했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조석현 누가광명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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