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못 갚는 서민 급증... 적신호 켜진 '햇살론'

입력 2024-03-17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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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위변제율 첫 20% 돌파

▲KB국민은행 여의도 본점 창구에서 시민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KB국민은행 여의도 본점 창구에서 시민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서민들을 돕기 위해 공급하는 서민 금융상품의 연체율이 작년 일제히 급등했다. 고금리·고물가 충격이 이어지는 가운데 서민들의 상환 능력이 떨어지면서 빚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개혁신당 양정숙 의원이 금융감독원과 서민금융진흥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저신용자를 지원하는 서민 정책금융상품인 '햇살론15'의 작년 대위변제율은 21.3%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15.5%) 대비 5.8%포인트(p) 급등한 것이다. 햇살론15 대위변제율이 20%대를 기록한 것은 작년이 처음이다.

대위변제율은 대출받은 차주가 원금을 상환하지 못했을 때 서민금융진흥원 등 정책기관이 은행에 대신 갚아준 금액의 비율이다.

고금리와 고물가 여파로 서민 생계가 어려워지면서 햇살론 대위변제율이 급격히 치솟은 것으로 풀이된다.

다른 햇살론 상품들의 대위변제율도 일제히 치솟았다.

만 34세 이하 청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햇살론 유스의 작년 대위변제율은 9.4%로 전년(4.8%)의 약 2배로 높아졌다.

저신용 근로소득자가 이용할 수 있는 근로자햇살론의 같은 기간 10.4%에서 12.1%로 올랐다.

저소득·저신용자 중 상환 능력이 상대적으로 양호해 1금융권으로 넘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햇살론뱅크 대위변제율은 2022년 1.1%에 불과했지만 1년 만에 7.3%p 상승한 8.4%를 기록했다.

상환 능력이 건재하던 차주들마저 작년 상황이 급격히 나빠지면서 연체율이 높아졌다.

이번 정부의 핵심 정책금융상품으로 꼽히는 소액생계비대출과 최저신용자 특례보증 상품의 연체율도 상승하고 있다.

급전이 필요한 취약계층에 최대 100만 원(금리 연 15.9%)을 당일 빌려주는 소액생계비대출의 연체율은 11.7%로 집계됐다.

소액생계비대출은 대부업조차 이용이 어려운 저신용자가 불법 사금융으로 빠지지 않도록 막겠다는 목적으로 작년 3월 도입된 정책금융 상품이다. 매달 이자만 갚은 뒤 원금은 만기에 한 번에 상환한다.

신용평점 하위 10%인 최저신용자들에게 대출을 내주는 최저신용자 특례보증의 대위변제율도 14.5%로 집계됐다.

2022년 9월 출시된 최저신용자 특례보증은 월별 한도가 풀리는 매달 첫 영업일에 한 달 치 한도가 매번 소진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오픈런 대출'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서민금융은 저신용·저소득 금융 취약계층의 최후의 '보루' 역할이다. 이마저도 탈락할 경우 불법 사금융으로 향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 가계부채 부실이 더 심화할 수 있다.

정부나 정책기관이 대신 갚아야 할 돈이 많아지면 향후 취약차주에 대한 신규지원이 적극적으로 확대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보증 재원은 한정적이기 때문인데, 정부와 서금원은 민간 금융회사가 역할을 분담해 서민금융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양정숙 의원은 "정책서민금융상품의 평균 대출금리가 17%대에 달하는 것은 정부가 스스로 대부업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정부의 서민금융 금리 설계 대책을 전면 쇄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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