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대감” vs “터줏 대감”...‘박빙’ 서대문을 [배틀필드410]

입력 2024-03-05 15:53 수정 2024-03-05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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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국민의힘 박진 후보가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에서 주민과 인사하고 있다. 출처=이난희 기자(@nancho0907) 2024.03.04.
▲4일 국민의힘 박진 후보가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에서 주민과 인사하고 있다. 출처=이난희 기자(@nancho0907) 2024.03.04.

“박진 장관이 온다 해서 깜짝 놀랐어요. 안 그래도 이름 있는 분이 왔으면 했는데”

“김영호 의원에게는 현 정권이나 여당과 다른 의제를 앞세울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어요”

서울 서대문을은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접전을 벌이는 4·10 총선 최대 격전지 가운데 하나다. 홍제3동, 홍은1동, 홍은2동, 남가좌1동, 남가좌2동, 북가좌1동, 북가좌2동 총 7개 동으로 구성된 이곳은 기본적으로 ‘민주당 텃밭’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고 마냥 민주당에 호의적이지만은 않았다. 새천년민주당(장재식)→한나라당(정두언)→더불어민주당(김영호) 등 보수와 진보 후보가 번갈아 가면서 차지했다.

국민의힘 박진 예비후보와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예비후보가 맞붙는 이번 선거는 ‘새 인물’과 ‘지역 토박이’의 맞대결이 됐다. ‘정부견제론’과 ‘야당심판론’도 팽팽하게 맞섰다.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일대에서 만난 시민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박빙’이었다.

◇“힘센 사람이 왔다” vs “민주당 텃밭, 쉽지 않아”

4일 오후 6시경 홍제역 2번 출구 앞, 퇴근하는 시민들 속에 국민의힘 박진 후보가 “안녕하세요”, “잘 부탁드립니다”라며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박 후보가 등장한 지 몇 분이 채 지나지 않아 한 중년 남성이 “장관님, 어디 가요!”라면서 달려와 박 후보 두 손을 잡았다. 이내 뒤에서 마스크를 낀 중년 여성이 박 후보에 손을 내밀며 “아니 이렇게 귀하신 분이”라며 반가워했다. 홍제역 앞 마트에서 장사하는 60세 남성은 “아침마다 박 후보가 여기에 온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인왕시장 골목 사이사이에 있는 식당이나 반찬가게, 과일가게, 약국, 사우나 등을 방문하며 시민들에게 허리 숙여 인사하거나 오른손을 들어 올려 인사했다. 저녁 식사를 하던 시민들은 “왜 이렇게 늦게 왔어요”, “TV에서 봤어요”, “이렇게 실제로 뵈니까 풍채가 좋으세요”, “어저께도 저기서 봤어요”라고 말하며 박 후보를 반겼다.

인왕시장에서 떡집을 하는 박 씨(60세)는 “박진 장관이 온다 해서 깜짝 놀랐다”며 “안 그래도 이름 있는 분이 왔으면 했는데, 오시니까 마음이 딱 놓이더라고”라고 말했다. 시민들은 외교부 장관을 역임한 박 후보의 등장을 달가워하며 사진 찍기를 청했다.

하지만 한동안 민주당이 차지했던 곳인 만큼 쉽지 않을 것이란 기류도 상당했다. 홍제역 부근에서 양말을 파는 60대 여성은 “김영호 의원이 워낙 지역 토박이라 쉽지 않을 거야”라면서 “선거개소식에 1000명이나 모였다고 들었어요”라면서 혀를 내둘렀다.

◇“정부·여당 마음에 안 들어” vs “이재명 싫어”

▲4일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후보가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에서 주민과 인사하고 있다. 출처=김영호 의원실 제공. 2024.03.04.
▲4일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후보가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에서 주민과 인사하고 있다. 출처=김영호 의원실 제공. 2024.03.04.

파란색 야구 잠바를 입고 헬멧을 쓴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후보는 늦은 오후 자전거를 들고 캠프 건물에서 내려왔다. 김 후보는 “승리를 위해서 우리는 달리고 달린다”라고 외치며 서대문구 홍제동 모래내로를 달려 홍제천으로 이동했다. 김 후보는 짬짬이 자전거에서 내려 시민들과 악수했다. 자전거를 타는 김 후보 모습에 초·중등 학생들은 “김영호 짱”이라고 외쳤다. 김 후보는 연일 웃는 얼굴로 손 흔들며 인사했다.

최근 민주당 공천 파동을 지켜본 시민들의 민심이 냉담했다. 홍제동에서 뻥튀기를 파는 60대 여성은 “‘비명횡사’, ‘친명횡재’, ‘재명당’ 들어보셨나”라면서 “이 대표가 당을 떠나는 건 자기 마음이라고 해서 내가 깜짝 놀랐다. 저런 말을 해도 되나”라며 혀를 끌끌 찼다.

기저에 깔린 ‘정부 견제론’도 상당했다. 남가좌2동 사는 20대 직장인은 “솔직히 말하면 여야 모두 민생에 와 닿는 공약이나 비전을 내세우기보다는 정쟁에 몰두하는 상황이라 기대가 크지 않다”며 “그래도 김영호 의원에 투표하고 싶다. 현 정권과 여당과는 그나마 다른 의제를 앞세울 수 있다는 조그마한 기대감이 있다”고 말했다.

◇“투표는 나의 몫”

4일 본지가 만난 시민 모두는 투표할 의향이 있다고 했다. 명지대학교에 다니는 차 씨(24세)는 “투표할 의향이 있다”며 “서대문구 나아가 국가의 미래에 긍정적으로 이바지하는 후보를 뽑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 신 씨(24세)는 “각 당이 어떤 공약을 내걸고 있는지 몰라서 어디에 투표할지는 모르겠지만, 투표는 하겠다”고 했다.

선거가 30여 일 앞으로 성큼 다가온 가운데 서울 서대문을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박빙의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2022년 20대 대선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서대문구에서 9만 8924표(47.47%)를 얻으며 민주당 이재명 후보(10만702표, 48.33%)보다 1778표(0.86%)라는 근소한 차로 졌다. 3개월 뒤에 치러진 6월 지방선거에서는 국민의힘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이 민주당 박운기 전 서울시의원을 누르고 승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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