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심사역이 유독 많은데 다 이유가 있다"

입력 2009-06-08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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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순 한국씨티은행 기업금융상품본부장을 만나다

#전문

지난달 모교인 이화여대 신세계관에서 개최됐던 '제16기 씨티-이화여대 글로벌 금융 아카데미' 특강에서 글로벌 기업금융에 대한 강의후 '여성과 리더십'을 주제로 강연했던 유명순 한국씨티은행 기업금융상품본부장. 유 본부장은 "향후 금융전문가를 꿈꾸는 후배들을 대상으로 씨티그룹은 개개인의 다양성을 중시한다"며 "업무선택의 기회에 있어 남녀차별을 두지 않고 여성들의 경력 개발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에 투자하고 있다"고 강연 내내 강조했다.

#본문

유 본부장은 "지금은 많은 기업들이 인력 자원을 여성과 남성으로 나누거나 어느 쪽이 더 우위 또는 열위한지 구분 짓지 않는다"며 "무작정 남성과 똑같이 하겠다는 생각보다는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포용력, 이에 업무 지식을 더하여 자신감을 갖는다면 어느 조직에서고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명순 한국씨티은행 기업금융상품본부장은 이화여대 영어교육과 출신으로 지난 1987년 씨티은행에 입사, 올해로 금융계 경력 20년째다.

특히, 지난 20여년간 기업금융 부문에서 리스크 심사 및 관리 분야로 한 우물을 파온 전문가로서 국내 은행권에 기업금융 심사역으로는 보기 드문 여성 금융인이다.

과거 외환위기 전에는 기업 심사부에서 SK와 기아자동차, 쌍용, 효성, 한진 등 대기업 리스크 매니저로 지냈고 지난 2004년부터 다국적 기업금융부에서 1000여개의 세계 유수 다국적 기업고객 책임자를 맡고 있다.

유 본부장은 "한국씨티은행은 다양성을 존중하는 기업문화를 바탕으로, 직원들에게 업무를 맡길때 성의 구별을 두지 않는다는 게 특징"이라며 "여전히 남성들이 대다수인 기업 금융 심사역 세계에서 여성이 힘을 발휘하기에 힘든 점도 없지 않으나, 본인의 각오만 남다르다면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유 본부장은 "한국씨티은행이 여성에 대한 대우나 복지가 좋은 편이고 다국적 기업고객군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과 같은 외형적인 특징만을 갖고 기업 심사역으로 성장할 수 있는 터전이 잘 갖춰졌다고 판단하면 오산"이라고 잘라 말했다.

유 본부장은 "물론, 기업 심사역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이 다른 시중 은행보다 잘 다져진 편은 사실이나 대부분의 시중 은행들이 여신기획부, 심사관리, 심사역 등의 비교적 단순한 조직으로 운영되는 것과 다른 구조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귀뜸했다.

실제로 지난 2004년 11월 구 한미은행이 씨티그룹에 인수되는 과정에서 출범한 한국씨티은행은 준법감시와 리스크 관리 조직을 대폭 강화, 국내 은행들과 상당한 차별화 전략을 펼치며 색다른 행보에 나섰던 것으로 화제가 됐다.

유 본부장은 "당시 한미은행의 경우 컴플라이언스 부서는 부장 한 명과 행원 두 명에 불과했지만 씨티은행으로 재탄생하는 과정에서 리테일, 법인, 자금세탁방지 등 분야별로 세분화시켜 조직을 정비해 나갔다"고 회고했다.

유 본부장은 "합병을 계기로 본격적인 리스크 관리감독 강화를 위한 정비 작업이 당시 이뤄졌고 여신리스크 관리그룹도 총 15개 부ㆍ팀으로 나눠 대기업, 소비자 금융, 개인여신, 개인대출, 개인신용 관리, 시장리스크 관리 등 위험 관리가 필요한 모든 부분을 대대적으로 개편했다"고 말했다.

한국씨티은행은 실제로 이같은 통합과정에서 여신 시스템 정비와 합병전 예고됐던 두 은행간 갈등을 성공적으로 매듭짓고 업무 영역을 점차 확대해 나갔다.

그러나 기존 국내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위한 여수신 점유율을 보유한 가운데 사업 기반이 협소함에 따라 대출채권을 무리하게 확대하기보다 외환, 파생상품 운용 등에 기반한 사업 다각화로 성장을 시현해왔다.

특히, 총 대출 포트폴리오 내 비중 50%를 상회하던 가계여신이 국내 부동산 시장규제로 지난 2007년 신규대출이 어려워지자 중소기업 여신을 비롯한 기업여신 확대로 씨티은행은 눈을 돌렸다.

이처럼 기업여신 심사역이 한국씨티은행에서 유독 발전할 수 밖에 없었던 당시 여건과 세분화된 위기 관리감독 관리 체계가 맞물린 결과, 오늘날 씨티를 기업금융 여신 심사 부문에 강점을 갖는 은행으로 거듭나게 만들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국내외 신용경색 여파로 가계 및 기업의 부채상환능력이 저하되면서 은행권의 여신 부실화가 심각했지만 한국씨티은행은 앞서 언급한 강점 때문인지 시장 위험으로부터 타격이 덜했다.

일례로 부실 익스포저가 1조원을 소폭 상회하고 있는 부동산 관련 여신의 경우, 대출증가 폭이 미미하고 고정이하 여신비율이 1% 내외로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건설ㆍ조선업종을 중심으로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부문에 대한 비중이 전체 포트폴리오 대비 1%를 소폭 상회하는 수준에 불과해 관련 위험도 크지 않다.

한국씨티은행은 이같은 신용 위험에도 꾸준한 흑자 기조를 유지해왔고 2008년 12월 기준으로 6172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실시를 통해 2009년 3월말 현재 BIS 비율이 13.3%에 이르는 등 양호한 수준의 자본적정성을 유지하고 있다.

유 본부장은 "한국씨티은행은 부실기업 자산이 타행에 비해 훨씬 적은 편"이라며 "오히려 요즘같은 시기를 영업 확장의 기회를 생각하고 전략을 짜는데 상당히 분주하다"고 말했다.

유 본부장은 "현재 맡고 있는 분야 중 무역 금융의 경우,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대고객 무역금융 지원 규모가 65% 이상 대폭 신장된 상황"이라며 "올 연말까지 100% 신장을 목표로 여신 지원에 주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그녀는 금융권 진출을 위해 준비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금융권은 다양한 업무 영역이 있어 남녀간 성의 차별 없이 개인의 특성과 자질에 따라 뜻을 펼 수 있는 분야"라며 "무엇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매사에 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 본부장은 "아울러 씨티은행은 기업금융 심사역뿐 아니라 다양한 업무 분야가 있다"며 "무엇보다 여성의 관점에서 경력 개발과 네트워킹을 독려하는 등 여성 친화적인 기업으로 잘 알려진 만큼, 여성이 가장 일하고 싶어하는 금융회사가 되는데 더욱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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