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의 눈] 다가오는 연말연시 안전 공백 점검해야

입력 2023-12-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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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희 전문위원(언론학 박사)

가족, 친구와 연인,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시간이 더욱 특별해지는 12월이 찾아왔다. 거리에 성탄 빛과 사람들의 웃음꽃이 만발한 가운데 아픈 가슴을 부여잡고 사랑하지만 함께 할 수 없는 사람들을 그리고 있을 이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지난 해 할로윈에 일어난 ‘이태원 참사’의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도 이들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지난 12일, 여당 ‘국민의 힘’이 야당이 이태원 참사의 피해자들과 유가족을 구제하기 위해 제의한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 합의 의사를 표했다. 참사의 책임 소재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지만, 어찌됐든 정부가 위로의 차원에서라도 피해자와 그 유가족들에게 보상을 해주는 것에 대해서는 필자도 동의한다. 한편으로는, 언제까지 이런 대형 안전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사후적인 보상만 할지 개탄스럽다. 그러는 사이에 대한민국 곳곳의 안전 공백은 여전히 메꾸어 지지 않은 채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많은 안전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이태원의 할로윈 분위기를 잘 알고 있는 일반 시민들까지 ‘이태원 참사’는 예견된 사고였다고 말한다. 참사가 발생한 이태원의 골목 일대는 할로윈뿐만 아니라 여느 주말에도 혼잡함 때문에 크고 작은 사고들이 발생했던 곳이다. 지금으로부터 14년 전, 성탄 전야에 필자도 그곳에 있었다. 그 당시에도 쏟아지는 인파 때문에 걸음을 내딛기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한번은 지나가던 행인의 어깨에 치어 도로로 튕겨져 나간 아찔한 일도 있었다. 그때 같이 있던 친구가 “할로윈 때는 더 심해, 압사당할 수 도 있어”라고 농담처럼 한 말이 떠오른다. 그 때의 일을 농담으로 넘어가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필자와 같은 경험을 한 이들이 목소리를 모아 민원을 제기했다면 ‘이태원 참사’와 같은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사실 이태원 일대의 보행 안전 문제는 정부 차원에서도 공식적으로 다루어 진 바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미 2017년에 이태원 일대의 보행 도로가 비좁아 과밀 및 병목 현상이 수시로 나타난다는 보고서가 연구 용역을 통해 제출된 바 있다. 인도 자체가 좁을 뿐만 아니라 지하철 환기구 등 대형 설치물과 주위 상점들의 매대가 보행 도로를 침범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행 도로를 넓혀 보행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는 보고서의 제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위험 관리에는 여러 단계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하는 단계가 바로 ‘예방’이다. 사고가 한번 일어나면 피해를 복구하는 데에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이 들 뿐만 아니라, ‘마음의 상처’와 같이 물리적으로 복구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평상시에 도심의 보행 안전이 점검되었다면, ‘이태원 참사’는 예방될 수 있었을 것이다. 한국의 보행 안전은 선진국들 가운데서 안 좋기로 악명 높다. 세계의 곳곳을 여행한 외국 관광객들이 옆 나라 일본과 비교하며 한국 여행 시 가장 많은 불만을 표하는 부분 중 하나이다. 여전히 도심 골목에서는 차로와 인도의 구분이 되지 않아 자동차와 사람들이 섞여서 아슬아슬하게 지나다니며, 거리의 상점들이 혼잡한 인도에 매대를 설치한 모습도 일상적이다. 지금은 많이 줄어들었지만 지하철 출입구 쪽에 화기를 동반한 노점이 버젓이 있는 광경도 심심찮게 목도된다. 만약 이 상황에서 갑자기 화재가 나거나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쏠린다면... 아찔한 상상을 하게 된다. 이제 곧 성탄절, 새해맞이 등 또 다시 수많은 인파가 거리에서 연말연시를 즐기게 될 것이다. 거리의 시민들이 안전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다시 한 번 보행 안전 점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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