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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3-12-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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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남 행복한 죽음 웰다잉연구소 소장

12월이 되면 한동안 소식이 뜸했던 지인들에게서 연락이 온다. 고등학교 동창에서부터, 사회에서 업무로 만나 맺은 인연까지 올해가 가기 전 꼭 한 번 보자는 연락들이다. 비단 나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 역시 바쁜 시간을 쪼개어 송년회를 치르느라 정신없다. 내년에도 시간은 있는데 꼭 바쁜 와중에 굳이 올해가 가기 전 보려 할까. 그건 끝이라는 시간이 우리에게 주는 아쉬움 때문이 아닐까.

2017년 말기 암 진단을 받은 80세 일본 기업가 안자키 씨는 ‘생전 장례식’을 열었다. 담낭암 진단을 받은 안자키 씨는 간, 폐 등에 전이돼 수술이 불가능한 상황이었으며 연명치료를 포기했다. 생전 장례식은 ‘감사의 모임’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됐는데 친구와 학교 동문, 전 직장 동료 및 직원 등 1000여 명이 참석했다. 그는 “살아오면서 만난 사람들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다. 악수를 나눌 기회를 가진 것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2018년 8월 14일 서울 시립동부병원에서도 85세 김병국 어르신의 ‘생전 장례식’이 열렸다. 김병국 어르신은 전립선암 말기 판정을 받았으며, 1~2주 뒤 여명도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나의 판타스틱 장례식’이라고 쓰인 장례식장은 풍선과 꽃으로 가득했으며 주인공인 김 어르신은 평소 입던 환자복을 벗고 셔츠에 면바지를 입었다. “아니, 왜 꼭 죽은 다음에 장사(葬事)를 지내. 한 번은 죽어야 하는 거 너무 슬퍼하지 마시고. 이렇게 많이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흔 명의 조문객은 두 시간 동안 다과를 나누며 춤추고 노래도 불렀다. 삶의 끝에서 굿바이 작별 인사를 나눈 두 사람의 사례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인디언 속담에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우리에게 내일이 먼저 올지, 다음 생이 먼저 올지 우리는 알 수 없다.’ 한 해의 마지막 달, 바쁜 일상 때문에 만나지 못했던 이들을 만나보자. 시간의 끝에서 마주한 이들은 보다 더 반갑다. 소중하다. 감사하다. 용서된다. 그리고 그들과의 추억이 다시금 또 삶을 살아가게끔 한다.

강원남 행복한 죽음 웰다잉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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