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상담소] 협상, 무엇을 포기할지 선택하라

입력 2023-10-2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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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하는 부부를 10년 넘게 상담하면서 부부 상담은 결국 ‘협상’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상담을 신청하는 부부 중 일부는 관계를 아예 끊어 버리고 헤어지고 싶어하지만, 대부분은 망가진 관계를 어떻게든 되살려서 다시 잘 살고 싶어한다. 그렇다면 현실적으로는 각자 살아온 방식을 고쳐서 상대와 잘 맞추어 사는 방법이 거의 유일한 대안이다.

상대방과 겪는 갈등이나 분쟁을 봉합하고 현실적 이해 관계를 조정하는 과정이 협상 아니던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우리가 부부 상담을 협상이라고 불러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갈등을 겪는 부부를 상담하면서 알게 된 협상 원칙을, 좀 더 일반적인 상황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정리해 보자.

첫째, 상대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말이나 행동을 고치라고 요구할 수는 있다. 하지만 쉽게 바꾸기 어려운 성격이나 습관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치라고 요구한다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협상이 시작되려면 현실적인 목표를 세워야 한다.

둘째, 양측이 스스로 협상을 원만하게 진행하지 못해서 제3자가 개입한다면, 중재자로 나선 그 사람은 무엇보다도 ‘중립적인 태도’를 철저하게 지켜야 한다. 2각 관계가 3각 관계로 확장되는 순간부터 갈등하는 양측은 중재자를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려고 투쟁(?)한다. 그러므로 중재자는 의도적으로 공명정대한 모습을 유지하려 애써야 한다.

셋째, 중재자는 갈등하는 양측이 서로 상대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구체적으로 밝혀내야 한다. 협상이란 서로 파괴적으로 상대를 공격하는 전쟁을 멈추고 합리적으로 실리를 챙기기 위한 소통 방법이다. 따라서 일단 협상 과정에 들어왔다면, 지나친 감정 싸움은 의미가 없다. 실질적으로 상대와 주고받고 싶은 실리를 테이블에 올려 놓아야 한다.

넷째, 어떻게든 양측 사이에서 공통 분모를 찾아내서 주고 받기 시작해야 한다. 한쪽이 원하는 바 중에서 큰 덩어리는 처음부터 주고받기 어렵다. 이 큰 덩어리를 상대가 용인하고 견딜 수 있을 정도로 잘게 쪼개서 서로 겹치는 작은 부분부터 교환해야 한다. 호혜적인 교환이 가능하다는 작은 신뢰를 쌓아야만 더 큰 신뢰로 나아갈 수 있다.

협상이란, 상대에게 무엇을 빼앗아 올지보다는 내가 무엇을 포기할지 선택하는 과정이다.

이재원 강점관점실천연구소장·임상사회사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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