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전 앞둔 이스라엘, ‘헤즈볼라’ 움직임에 주목하는 이유 [이슈크래커]

입력 2023-10-12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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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4월 13일(현지시간) 레바논 남부 항구도시 티레에서 열린 시위에서 하마스 대원들이 허리에 가짜 폭발물을 두르고 ‘신을 위한 죽음’이라고 쓰인 검은 머리띠를 쓴 채 행진하고 있다. (AP/뉴시스)
▲2001년 4월 13일(현지시간) 레바논 남부 항구도시 티레에서 열린 시위에서 하마스 대원들이 허리에 가짜 폭발물을 두르고 ‘신을 위한 죽음’이라고 쓰인 검은 머리띠를 쓴 채 행진하고 있다. (AP/뉴시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교전이 엿새째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하기 직전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이스라엘 남부를 향한 하마스의 로켓 공격도 이어지는 등 교전은 연일 격화하는 중입니다.

12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은 이날 대규모 이스라엘 병력과 탱크, 장갑차가 이미 이스라엘 남부에 집결했다면서 이스라엘이 곧 가자지구로 공격해 들어갈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스라엘은 이미 수십만 명에 이르는 예비군을 소집한 상황입니다. 가자지구는 물론 레바논과의 국경 주변에도 탱크와 중화기를 몰아넣고 하마스와 산발적인 교전을 벌이고 있죠.

그런데 이스라엘과 교전을 벌이는 건 하마스뿐만이 아닙니다. 레바논의 무장단체 ‘헤즈볼라’도 레바논 국경 인근에서 이스라엘과 교전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이 단체의 개입 여부에 전 세계 군사외교 전문가들의 눈길이 쏠리기도 했습니다.

헤즈볼라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개입한다면 전쟁이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데요. 헤즈볼라가 어떤 단체인지, 참전을 결정할 경우 어떤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 알아봤습니다.

▲8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으로 파괴된 모스크 앞에 사람들이 서 있다. (AP/뉴시스)
▲8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으로 파괴된 모스크 앞에 사람들이 서 있다. (AP/뉴시스)
“헤즈볼라, 세계에서 가장 숙련된 무장단체…하마스보다 강력”

헤즈볼라는 1980년대 초 조직된 레바논의 이슬람 무장단체입니다. 1982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의 뿌리를 뽑겠다면서 팔레스타인 난민이 많이 머물고 있던 레바논을 무력 침공하고 남부 지방을 강제 점령하자, 이에 대항하기 위해 시아파 무장세력으로 결성됐습니다. 소속 대원은 4000명에 달하는데요. 중동 최대의 교전 단체이자 이스라엘의 가장 강력한 적으로 꼽힙니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헤즈볼라에 대해 “하마스보다 훨씬 강력”한 “세계에서 가장 숙련된 무장 단체”라고 평가하기도 했죠.

레바논 정규군보다 강한 무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는 헤즈볼라는 국제적인 테러 경험도 있습니다. 헤즈볼라는 2012년에 불가리아에서 버스 테러를 벌여 이스라엘 관광객 등 6명을 살해했고, 1992년과 1994년엔 아르헨티나에서 각각 29명과 87명의 유대인에 대해 테러를 벌였습니다.

헤즈볼라와 하마스, 두 단체는 ‘반미’, ‘반이스라엘’을 고리로 이란의 군사적 지원을 받는다는 공통점이 있는데요. 헤즈볼라는 7일 하마스가 시작한 ‘알아크사 홍수’ 작전을 지원하기 위해 다음날인 8일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을 발사했습니다. 헤즈볼라는 “우리의 총과 로켓이 당신과 함께한다”며 하마스에 연대 의사를 밝혔죠. 헤즈볼라는 10일에도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을 수차례 발사했고, 대전차유도미사일(ATGM)로 이스라엘 군용차량 2대를 폭격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공격에 대해서는 성명을 내고 9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헤즈볼라 대원 3명이 사망한 데 대한 대응 차원에서 행했다고 직접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스라엘방위군(IDF)도 성명을 통해 북부 주둔지 중 한 곳이 레바논으로부터 대전차 화기 공격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IDF도 이에 대응해 레바논 남부를 공습했다는 설명입니다.

▲8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다. (AP/뉴시스)
▲8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다. (AP/뉴시스)
이스라엘, ‘양면전’ 우려 나와…“2006년 헤즈볼라와의 전쟁 재연?”

헤즈볼라는 2006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당시 한 달 넘게 전쟁을 벌인 적 있습니다. 이때 이스라엘은 ‘헤즈볼라 궤멸’을 벼르며 침공했는데, 헤즈볼라의 강력한 저항으로 목적 달성에 실패하고 철군했습니다. 이 전쟁은 이스라엘이 건국 이후 벌인 여러 전쟁 중 사실상 처음으로 실패한 전쟁으로 평가됩니다.

레바논에서 이스라엘 북부를 향한 공격이 나흘째 이어지면서, 뉴욕타임스(NYT)는 2006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사이의 전쟁이 재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짚기도 했습니다. 헤즈볼라는 미사일 공습과 자살 테러 등에 국한된 하마스와 달리 지상군 실전 경험까지 갖추고 있는데요. 이런 헤즈볼라가 본격적으로 이번 전쟁에 뛰어들 경우 하마스는 힘을 얻게 되는 반면,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본거지인 가자지구에 초점을 맞춘 전선이 더욱 넓어지는 힘든 상황을 맞게 됩니다.

이에 이스라엘은 하마스와 헤즈볼라를 동시에 상대하는 ‘양면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수석고문과 영국 주재 이스라엘 대사를 지낸 마크 레게브 라이흐만대 아바 에반 연구소장은 12일 영국 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북부에서 (분쟁이) 확대하는 것을 원하지 않지만, 양면전을 치러야 한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며 “쉽지 않겠지만, 쉬운 전쟁은 없다. 우리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계획을 짜왔으며 필요하다면 두 개의 전선에서 싸울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11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메르카바 탱크가 레바논과의 국경 근처에 위치해 있다. (AFP/연합뉴스)
▲11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메르카바 탱크가 레바논과의 국경 근처에 위치해 있다. (AFP/연합뉴스)
양면전만 문제 아니다…“5개 전선 직면 가능성도”

이스라엘의 지상 작전 명령이 언제 떨어질지, 이스라엘 정부의 최종 목표가 무엇이 될지는 아직 불분명합니다. 그러나 헤즈볼라가 본격 참전할 경우 전쟁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건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전문가들은 양면전 가능성을 거론할 뿐 아니라 이스라엘이 5개 전선에서 전쟁을 벌여야 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습니다.

11일 타스 통신은 중동에 기반을 둔 싱크탱크 ‘르 벡’ 전문가들의 분석을 전한 독일 매체 빌트 보도를 인용해 중동 지역의 다른 국가들이 이번 전쟁에 개입한다면, 이스라엘은 5개 전선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전쟁을 벌여야 할 수 있다고 짚었습니다.

이 경우 이스라엘은 서쪽으로는 가자지구의 하마스에, 북쪽으로는 헤즈볼라에 대응해야 하는데요. 이란의 잠재적인 위협에도 대처해야 합니다.

일부 외신은 이번 하마스의 기습 선제공격에 ‘이란 배후설’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이란은 이 같은 주장을 부인했고, 미국 정부도 공식적으론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현재로선 이란이 하마스에 이스라엘을 공격하라는 지시를 내렸거나, 작전을 조율했다는 걸 보여주는 정보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란은 하마스와 헤즈볼라에 수년간 자금을 지원한 바 있어서, 일각에선 이번 전쟁을 미국과 이란의 대리전으로 바라보고 있죠.

이스라엘이 직면해야 할 또 다른 전선으론 요르단강 서안 지구의 팔레스타인 단체, 그리고 시리아의 이란 무장 단체가 언급됩니다. AFP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10일 성명에서 “시리아에서 이스라엘 영토로 다수의 박격포가 발사됐다”고 밝혔습니다. 이스라엘 역시 시리아 정권 기지를 폭격하면서 대응했는데요. 이스라엘과 시리아 간 교전이 발생한 건 7일 이스라엘-하마스 교전이 시작된 뒤 처음입니다. 시리아를 비롯해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과 예멘, 이라크 등에 있는 무장 세력이 하마스의 공격에 본격적으로 동참한다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꼬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백악관 스테이트 다이닝룸에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백악관 스테이트 다이닝룸에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가자지구 완전 봉쇄…바이든, 외부 세력엔 ‘경고’하고 이스라엘엔 ‘국제법 준수’ 당부

하마스가 예고 없는 공습에 인질을 1명씩 살해하겠다고 위협했음에도, 이스라엘은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전날 밤에도 200곳 이상을 타격하는 등 공습을 지속하고 있죠.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추가 항공편까지 도입하면서 현재까지 36만 명에 달하는 예비군을 소집했습니다. 이는 이스라엘 인구(약 920만 명) 약 4%에 해당하는 수준이자 1973년 욤키푸르 전쟁 이후 가장 큰 규모의 동원 사례입니다. 초기 시가전에서 육군 전력 우위를 점하고, 압도적인 물량 공세를 통해 기세를 잡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입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있는 대학, 모스크, 주택, 병원과 학교에도 무차별 공습을 이어갔는데요. 가자지구를 전면 봉쇄하면서 유일한 발전소 가동이 중단돼 주 전력도 끊겼습니다. 병원에서는 최장 4일 정도 버틸 수 있는 비상 발전기를 사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죠.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는 25만 명의 피란민이 먹을 수 있는 식량이 12일 분량밖에 남지 않았다고 호소했습니다.

인도주의적 위기가 고조되면서 이스라엘의 전면 봉쇄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무고한 민간인 피해를 초래하는 전면 봉쇄는 국제인도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10일 성명을 내고 하마스를 향해 “가자지구의 무장단체가 수백 명의 비무장 민간인을 사살했다는 보고는 혐오스럽고 용납할 수 없다”며 “민간인을 인질로 잡고 민간인을 인간 방패로 이용하는 것은 전쟁 범죄”라고 비판하는 한편, 이스라엘을 향해서도 “가자지구에 대한 최근 공격과 의심할 바 없이 민간인의 생명을 앗아가고 집단적 처벌이 될 물, 식량, 전기 및 연료의 공급을 중단하는 완전 봉쇄 공격을 발표한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양측을 향해선 “국제인도법과 국제인권법을 엄격히 준수하라. 국제법을 위반하고 민간인을 표적으로 삼은 모든 사람이 범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촉구했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이날 하마스의 ‘부모와 아기 살해’, ‘여성 강간·폭행’ 등 행위를 “순전한 악행”이라고 지적하면서 “전 세계 모든 국가와 마찬가지로 이스라엘은 이런 악의적 공격에 대응할 권리가 있고, 실제로 대응할 의무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어느 나라, 어느 조직, 그 누구든 이 상황을 이용하려는 자에게 한마디만 하겠다. 하지 말라”고 외부 세력을 향해 날 선 경고를 날렸죠.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을 돕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도, 네타냐후 총리에게 ‘전쟁법’을 따를 것을 당부했다고도 밝혔습니다. 무분별한 민간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의식한 조치로 풀이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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