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주목되는 ‘마라맛’ 소액주주들

입력 2023-10-04 05:00 수정 2023-10-05 08:14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소위 ‘트렌디’한 사람이라면 안 먹어봤을 리 없는 음식이 있다. 바로 마라탕이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친구들과 마라탕 집에 가는 게 놀이 코스일 정도로 유행이다. 최근에는 ‘마라맛’이란 유행어가 등장했다. 입안이 얼얼해지는 마라의 매콤한 맛을 강력하거나 자극적인 무언가에 빗댄 표현이다.

‘마라맛’은 여의도 증권가에도 등장했다. 상장사 소액주주가 그들이다. 이들은 지분을 보유한 기업에 문제가 생기면 연대를 이뤄 강력한 단체 행동에 나선다. 연대는 온라인 카페나 유튜브 등을 통해 결집하고, 소액주주 플랫폼을 통해 지분을 모은 뒤 기업에 목소리를 낸다. 최근 이화그룹 소액주주연대의 경우 이렇게 모은 이화전기 지분이 16%에 달한다. 개미 각각은 ‘소액’ 주주에 불과하지만, 연대를 통해 최대주주와 겨룰 만큼의 ‘마라맛’ 파워를 만든 셈이다.

연대끼리의 결집은 좀 더 이례적이다. 개미가 모여 연대가 되고, 각 기업의 연대끼리 또 결집한 것이다. 지난달 말 한국거래소 앞에서 열린 이화그룹 3사의 거래정지 관련 집회에는 KH건설, 삼목에스폼, 셀리버리 등 기업 소액주주가 연대연합으로 함께했다. 중앙집권화한 활동이 아닌, 산발적으로 퍼져있는 개인이 이렇게 한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점은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도 놀라운 양상이다.

기업 성장에 ‘마라맛’ 소액주주가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생각한다. 강경한 주주행동이 낯설기도 하겠지만, 그만큼 기업가치 제고의 실마리가 될 가능성도 크다. 실제 소액주주를 취재하다 보면 기업 구조에 능숙하고, 투자한 기업에 애정이 큰 사람들이 많다. 단순히 기업에 얼얼한 한 방을 날리겠다기보단, 취약한 부분이 있다면 이를 해결하고 싶다는 취지다.

이들의 목소리가 기업 지배구조나 주주환원책을 개선하는 데 이바지한다면 연대의 주주행동이 ‘마라맛’ 못지않은 매력적인 매운맛이 될 것이다. 취약한 기업 지배구조와 낮은 주주환원은 한국 증시 저평가의 가장 고질적인 문제다. 해결이 되면 향후 외국인 수급 개선을 기대해볼 만도 하다. ‘마라맛’ 소액주주의 적극적 행동이 국내 기업과 증시에 변화를 불러일으키길 기대한다. handmin@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무대를 뒤집어 놓으셨다…'국힙원탑' 민희진의 기자회견, 그 후 [해시태그]
  • [유하영의 금융TMI] 위기 때마다 구원투수 된 ‘정책금융’…부동산PF에도 통할까
  • 피해자 부모가 오히려 탄원서를…다양한 ‘합의’의 풍경 [서초동MSG]
  • 한화그룹, 우주항공·친환경 에너지 분야에서 미래 신규 사업 발굴 [R&D가 경쟁력]
  • '돈가뭄' 시달리는 건설사…은행 건설업 연체율 1% 넘었다
  • 단독 광주·대구 회생법원 신설 추진…전국 5대 권역 확대 [기업이 쓰러진다 ㊤]
  • 드라마 '눈물의 여왕' 마지막화…불사조 김수현, 김지원과 호상 엔딩
  • 비트코인, 마운트곡스 상환 임박 공포에 후퇴…"이더리움 ETF, 5월 승인 비관적" [Bit코인]
  • 오늘의 상승종목

  • 04.29 10:07 실시간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0,455,000
    • -1.46%
    • 이더리움
    • 4,692,000
    • -0.06%
    • 비트코인 캐시
    • 677,500
    • -2.02%
    • 리플
    • 735
    • -2.26%
    • 솔라나
    • 198,100
    • -3.27%
    • 에이다
    • 661
    • -2.51%
    • 이오스
    • 1,135
    • -2.66%
    • 트론
    • 173
    • +0%
    • 스텔라루멘
    • 162
    • -2.41%
    • 비트코인에스브이
    • 94,350
    • -2.83%
    • 체인링크
    • 19,830
    • -3.92%
    • 샌드박스
    • 642
    • -3.6%
* 24시간 변동률 기준